이부진 '활동본색'..전략적 노림수일까 재발견일까?

by염지현 기자
2015.01.12 13:43:43

제주도 방문, 中 최대 국영企 사외이사
이례적 활동 나서며 공격적 경영 행보
최근 계열사 매각한 삼성..승계 영향받나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전략적 노림수일까 이부진의 재발견일까” 최근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의 대내외 활동을 두고 재계에 갖가지 관측이 나온다.

남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이혼 소송 후 외부 접촉을 최소화했던 이 사장이 돌연 제주도를 방문하고, 중국 국영그룹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등 대내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리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이 길어지면서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그룹 전면에 부각되자 공격적인 행보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 그룹 승계에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노림수로 보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재계 한 전문가는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있는 동안 이재용만 보이고 나머지 동생(이부진·서현)들이 보이지 않자 경영자로서 사업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그동안 이부진에 대한 이미지를 홍보해 왔다면 앞으로 경영자로서 성공된 모습이 주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난 8일 새해 첫 공식일정으로 제주도를 찾았다. 호텔신라가 벌이는 사회공헌활동으로 폐업위기에 놓인 제주도 내 식당을 도와주는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 8호점의 재개장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이 사장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등 50여 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역경을 딛고 일어나 밝고 희망차게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참가자들과 덕담을 나눴다.

이 사장의 제주 방문을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제주시 연동에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라는 중문관광단지에 면세점을 추가로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신라는 그동안 제주에서 면세 사업을 이어오며 지역과의 상생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제주 2호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이 사장이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지난달 19일 중국 최대 국영기업인 ‘시틱그룹(中信集團·CITIC)’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틱그룹의 사업영역에는 여행서비스 등 관광업도 포함돼 있어 호텔신라의 해외 사업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이 사장은 중국 정재계 인사들과 꾸준히 친분을 다지는 등 중화권 사업 확장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5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했을 때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개최한 모임에 참석하고, 두 달 후 시진핑(習近平·62) 국가 주석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맨 왼쪽)이 지난 8일 제주도 이도2동 봄솔식당을 찾아 정옥선 봄솔식당 사장(가운데),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함께 ‘맛있는 제주’ 식당 인증서를 부착하고 있다.(사진=호텔신라)
신라호텔을 방문했을 때에는 호텔 내에 별도 전시관을 마련하는 등 정성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이 사장의 최근 행보는 여러 면에서 두드러진다. 여성이 아닌 오너로서, 회사 경영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삼성이 석유화학, 방산 계열사 4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후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 부문을 맡고, 이 사장이 호텔·물산,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패션과 광고를 맡는다는 기존 시나리오에 대해 여러 추측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 이 사장의 행보는 더욱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혼 소송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돌연 이 사장이 나서는 것은 아버지의 와병으로 삼남매에 대한 온갖 승계설(設)이 난무하자 다시 한번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작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