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토요타 프리우스C..’작은 차,큰 기쁨’ 연비짱 구루마
by김태진 기자
2018.07.02 11:25:13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김태진 기자=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소형차 프리우스C(일본명 아쿠아)는 탈 때마다 기쁨을 주는 차다. 특히 정체가 심한 수도권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프리우스C 운전석에 앉아 있으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막힐테면 막혀 보라지…연비는 더 좋아지는데…”
2000년대 초중반 휘발유 가격이 1L당 2000원을 넘나 들던 고유가를 경험한 필자는 어떤 차를 타도 엑셀을 편하게 밟지 못한다. 가능하면 연비 운전을 하기 위해 조심한다. 더구나 정체구간이 자주 생기는 서울에서는 연비까지 고려해 운전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기자는 프리우스C를 ‘구루마(車)’ 라고 부르고 싶다. 굳이 일본어를 사용하려는 이유는 실용성 이외에는 그다지 뽐낼 게 없기 때문이다. 세차를 하지 않아도 부담스럽지 않는 실용적인 소형차이다. 운전의 재미, 고성능, 이런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쓰임새를 생각하면 말 그대로 “친한 친구처럼 매일 대해도 편안하다”고 할까.
토요타코리아가 지난 2월 출시한 프리우스C가 연비를 중시하는 실용파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차는 1.5L 가솔린 엔진에 CVT 변속기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췄다. 1.8L 가솔린 엔진을 단 프리우스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연비에 신경을 쓴 보급형 하이브리드다.
프리우스C를 서울 정체구간과 고속도로, 일본 도쿄에서 여러 날 운전해봤다. 총 주행거리는 1000km가 넘는다. 우선 연비로 이야기하면 고속도로의 경우 시속 120km 이상 고속으로 달리지 않으면 23-25km/L 정도가 나온다. 고속 구간에서도 전기차 모드가 작동해 엔진이 정지하기 때문이다. 시속 130km 이상으로 마구 밟아 대면 시끄러울 뿐 아니라 연비도 20km/L에 그친다.
고속도로보다 시내 구간은 정말 환상적이다. 정체구간이 많을수록 연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진다. 서울 도심 정체구간에서는 전기차 모드가 제대로 작동해 웬만해서는 연비가 25km/L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공인연비보다 실연비가 더 좋은 차가 바로 프리우스C다. 국내 공인연비는 21km/L로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실제 시내 주행에서 연비가 30km/L 이상 나온 게 여러 번이다. 에어컨을 켜고 달려도 연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차는 엑셀을 밟을 때 마음을 푹 놔도 된다. 제아무리 꾹꾹 밟아봐야 연비는 최적으로 조절된다. 대신 확 튀어나가는 가속감은 떨어진다. 모든 게 도심 주행에 최적화한 셋팅이다. 도심 정체구간에서 신경 쓰지 않고 엑셀을 푹 밟아줘도 된다.
내장은 절대 고급스럽거나 특별하지 않다. 딱 소형차 수준이다. 고급스러움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에게는 싸구려(?) 느낌이 물씬 나는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가 대부분이다. 시트도 직물 시트이다. 한 겨울 엉덩이를 데워 줄 ‘엉뜨(열선 시트)’ 기능도 없다.
내장재는 별 볼일 없지만 탈 때마다 기쁨이 가득하다. 경차보다 조금 큰 소형차 크기지만 실내는 토요타의 패키지 기술이 묻어난다. 한 마디로 어른 4명이 타도 불편하지 않다. 수납공간도 아기자기하게 마련했다. 꼭 필요한 자리에 수납 공간이 마련돼 있다.
트렁크는 조금 불만이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이 차와 같은 플랫폼을 쓰는 ‘비츠’가 조금 더 넓다. 물론 넓은 공간을 뽑아내기 위해서인지 비츠의 뒷모습은 프리우스C에 비해 훨씬 못 생겼다.
프리우스C는 그냥 자동차를 구루마(일본식 표현으로 차라는 의미)로 사용하려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작아서 주차하기 쉽고, 주행할 때마다 연비가 좋아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여행에 나서면 더욱 즐겁다. 잘 달리고 잘 돌아줄 뿐 아니라 잘 서준다. 기본기가 확실하다. 굳이 핸들링이나 코너링이라는 어려운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타는 차로 그만이다. 그렇다고 짧은 시내구간 전용 경차와는 급이 다르다. 300km 이상 중장거리 여행에도 그다지 피곤하지 않다. 일본에서 편도 주행에 300km 이상을 달렸지만 운전에 따른 피곤함이 정말 덜했다. 그만큼 기본기가 좋았다는 얘기다.
디자인은 앙증맞다고 하기에는 2% 부족하다. 무언가 기교를 부려 억지로(?) 눈길을 끌고 싶어하지만 특이하지 않다. 실용성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둬 기교를 부려도 한계가 명확하다. 진짜 그냥 구루마일 뿐이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색상으로 젊은 층을 유혹한다. 실내 인테리어는 실용성으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판매하는 아쿠아에 비해서는 훨씬 고급스럽다. 일본 모델에 없는 USB 전용 충전장치도 갖췄다.
이 차는 기술적으로 우월한 요소도 거의 없다. 토요타의 한 세대 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달았다. 그게 구형이라고 하더라도 별로 흠을 잡을 게 없다. 저속 구간에서 정숙성만큼은 고급 중대형 세단과 맞먹는다. 전기차 모드뿐 아니라 엔진이 구동해도 생각보다 조용하다.
가격대는 다소 비싼 감이 없지 않다. 하이브리드 보조금 50만원을 감안하고 취득세 140만원 정도 혜택을 감안하면 체감 소비자 가격은 2200만원대다. 가격으로만 따지면 현대차 코나, 기아차 스토닉과 경쟁하는 모델이다.
프리우스C는 일본 소형차의 무덤인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크고 화려하고 비싼 수입차라는 조건과 맞는 게 하나도 없다. 그래도 월 100대 이상 꾸준히 팔린다.
토요타코리아는 프리우스C 주 고객으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20대 중후반, 30대 초반 ‘젊은 세대의 첫 차’를 꼽는다. 물론 이런 타깃 설정도 타당성이 있지만 필자는 은퇴를 하거나 앞둔 1960년대 전후 출생자의 생애 마지막(?) 차로 프리우스C를 강추한다. 실버 세대야 말로 실용성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상 월 연료 비용을 6만~7만원 선에 묶을 수 있다. 소모성 부품이나 수리비용 역시 국산 경차나 소형차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은 아니다.
1990년대 현대,기아,대우가 3파전을 할 때다. 당시 대우차가 내놓은 티고 경차 광고에 이런 말이 유행했다. “작은 차, 큰 기쁨” 필자는 이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현재 모델로 주저하지 않고 프리우스C를 첫 손가락에 꼽겠다. 달리는 기쁨에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운전의 재미가 가미돼야 하는 건 예전 패러다임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자동차 소비가 줄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매일 탈 때마다 만족스러운 차라면 더 바랄게 없다. 프리우스C는 키우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비싼 애완견이라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용이나 손이 덜 가는 개냥이(요즘 재롱을 떠는 고양이를 이렇게 부른다)라고 할까. 보고 타고 내릴 때마다 기쁨을 주는 애차(愛車)로 제격이다.
장점: 편안하게 신경 쓰지 않고 탈 자가용으로 딱이다. 주행할 때마다 연비는 운전자를 행복하게 한다.
단점: 500만원 더 쓰면 준중형급 실내를 확보한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가 눈에 들어온다. 200만원 정도 할인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