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구조조정 '현재진행형'..고부가 중심 사업재편

by남궁민관 기자
2017.05.17 10:41:42

작년 TPA 감산 이후 시황 개선
"고부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 재편 추진"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지난해 대규모 감산을 진행했던 TPA(고순도 테레프탈산) 업계의 설비 스크랩(폐쇄) 등 구조조정이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연초 석유화학 시장의 업황 개선과 함께 탄핵·대선 정국이 겹치며 구조조정이 일시중단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정부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설명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 태광산업(003240) 등 주요 TPA 업체들의 실적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가격 상승에 힘입어 회복세로 전환했다. TPA의 가격은 지난해 1분기 평균 t당 577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 1분기 659달러까지 오른 상황이다.

TPA는 석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재가가공한 PX(파라자일렌)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폴리에스터(PE) 섬유, 페트병, 필름, 산업용 자재 등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최근 가격 상승은 중국의 폴리에스터 공장 가동률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우후죽순 생겨났던 중국 업체들이 공급과잉으로 지난해 상당수 폐업한 것도 시황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상황이 변하면서 지난해 공급과잉을 이유로 TPA 업계를 압박해왔던 정부발 구조조정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실제로 구조조정을 주관해오던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지난 1월 ‘석유화학업종 경쟁력강화방안 2017년 액션플랜’ 발표 이후 마땅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시황이 빠르게 개선됐고, 복잡한 시국 상황을 지나 현재는 아무런 이야기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은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각 업체별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겠지만, 필요에 따라 설비 스크랩 등 고강도 구조조정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이 좋은 것은 맞지만, 이런 때 신사업 투자 등 사업재편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며 “현재 업체들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중점사업을 옮기는 사업재편을 지속 추진 중으로, 이 역시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특히 TPA와 관련해서는 “일각에서 TPA가격이 많이 올라 정부의 판단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 스프레드(원료가와 제품가격의 차이)로, 지난 1분기 생각보다 많은 업체들이 힘들어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삼남석유화학의 경우 현재까지 일부 설비감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다른 업체들도 설비 스크랩 등을 지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각 기업별로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 차원에서 기업활성화법 등을 통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한화종합화학은 TPA 생산량을 기존 200만t에서 현재 160만t으로 줄인 상태다. 삼남석유화학은 180만t에서 120만t으로, 태광산업은 100만t에서 90만t으로, 롯데케미칼은 100만t에서 60만t으로 감산했다.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은 일부 라인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해당라인은 향후 재가동보다는 스크랩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태광은 라인 가동 중단 없이 전체 가동률을 줄였고, 롯데케미칼은 감산에 따른 여유 라인을 PIA(고순도이소프탈산) 생산으로 전환했다.

석유화학업체 TPA 감산 현황(단위: t, 자료: 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