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인사들 "'공간사옥', 부동산 아닌 문화"

by연합뉴스 기자
2013.11.18 15:03:12

“공개매각 결과 따라 ‘내셔널 트러스트’ 검토”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국내 최고의 현대건축물로 꼽히는 ‘공간사옥’의 보존을 위해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오는 21일 공개매각을 앞두고 한데 뭉쳤다.

김수근문화재단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간사옥은 부동산이 아니라 문화”라면서 “반세기 가까이에 걸쳐 문화예술인들이 꿈과 창작의 나래를 폈던 공간사옥은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김원 광장건축 대표와 박찬욱 영화감독,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문화예술계 인사 110여 명이 참여했다.

김수근재단은 “1971년부터 43년간 우리와 함께 고락을 나눈 공간을 잃는 것은 27년 전 선생을 떠나보낸 것과는 또다른 비극이 될 것”이라며 공간사옥을 공공 건축박물관으로 조성하고 문화재보호법상 등록문화재로 등록할 것을 요구했다.

공간사옥은 김수근과 김중업, 나상진, 이희태 등 한국 건축의 개척자들의 아카이빙 장소와 젊은 건축가들에 대한 교육공간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재단 쪽은 밝혔다.

또 등록문화재 등록 요건인 건립 50년이 아직 안 됐지만 한국 현대건축에 큰 영향을 남긴 김수근의 대표작이자 현대건축의 상징으로서 긴급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간사옥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달라는 청원이 문화재청에 접수됐지만 소유주가 바뀔지 모른다는 사유로 현재 결정이 보류된 상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기자회견에서 “공간사옥을 지을 당시 한국의 국민소득이 500달러였다”면서 “미국 타임지가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후원가인 메디치에 비유할 정도로 김수근 선생과 공간사옥은 문화 성장의 기폭제였다”고 강조했다.

유 전 청장은 “현대 건축물 가운데 100년쯤 뒤에 살아남을 건물이 몇 채나 될지 모르겠다”며 “공간사옥은 국보가 됐든 보물이 됐든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할 20세기 최고의 문화유산이다”라고 말했다.

사물놀이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공간사옥에서 김덕수 사물놀이가 탄생한 지 35년 만에 불행한 얘기를 하게 돼 가슴 아프다”며 “모든 예술을 한 곳에서 얘기하고 나누는 창조적 공간은 공간사옥이 유일했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는 “제2, 제3의 공간사옥을 만들진 못할망정 단순히 부동산으로 치부해 매각을 얘기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공매 결과를 지켜본 뒤 문화유산·자연 보존 운동인 ‘내셔널 트러스트’ 추진 방안을 포함해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결정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