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R&D·마케팅 인력 강화..`내실경영 가속`

by원정희 기자
2010.12.28 16:21:38

친환경 자동차 등 첨단기술 선점 의지 반영
글로벌 판매 성장에 해외주재원도 대거 승진
현대건설 인수 가시화 된 시점서 고위층 연쇄인사 가능성

[이데일리 원정희 김보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R&D와 판매 및 마케팅 부문을 강화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이 분야에 우수인재를 중용해 내실경영의 기반을 다지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통해 현대차(005380)그룹은 차세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꼽은 미래 친환경 자동차 등 첨단기술을 선점하고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아울러 올해 사상최대의 판매실적과 영업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인사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지도 읽히고 있다.

다만 이번 인사서 그룹사 부회장과 사장 등 고위층 인사가 배제돼 내년초 추가적인 인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승진임원 비율을 보면 연구개발과 품질·생산분야에 44%가 집중됐고, 판매·마케팅 분야에도 33%나 몰렸다. 지난해 인사에서도 현대차는 각각의 분야에 40%, 30%를 집중시킨 바 있다.

특히 R&D분야엔 새로 선임된 임원의 27%가 쏠렸다. 그만큼 R&D와 품질, 그리고 판매라는 자동차산업의 핵심이면서도 기본이 되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룹측 관계자도 "글로벌업체들의 전략적 제휴와 친환경차 개발 등 갈수록 생존경쟁이 심화되는 자동차시장에서 친환경 자동차 기술 등 첨단기술을 선점하고 안정화시키는데 핵심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판매와 마케팅 분야 역시 이번 승진인사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로 체질을 바꾸고 향후 총력 판매체제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올해 내수 시장 보다, 해외 시장에서 선전했던 만큼 해외주재원들의 승진 역시 관전 포인트다.



현대차그룹은 사상 최대 해외 생산 및 판매실적을 감안해 해외 주재원에 대한 승진을 대거 실시했다. 해외 주재원 승진은 전체 승진 임원의 16%를 차지, 실적위주의 인사를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내수보다는 미국 등 해외에서 실적이 좋아 해외영업, 마케팅 분야의 승진 폭이 컸다.

현대차는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처음으로 연간 판매 50만대를 돌파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질주했다.

올들어 3분기 누적 기준, 현대차의 수출과 해외생산 물량을 더한 전체 해외판매 대수는 220만대 수준으로 전년비 29% 증가했다. 국내외에서 최고의 실적을 낸 기아차(000270) 역시 러시아와 신흥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글로벌 현지 판매가 올들어 3분기까지 155만 여대로 지난해 119만대보다 30.3% 늘어났다.


현대차그룹은 309명이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인사를 단행했지만 그룹사 부회장, 사장 및 부사장 등 고위층 인사가 빠지면서 다소 맥이 빠진다는 평도 얻고 있다.

지난해엔 그룹총괄 김용환 부회장, 현대모비스 정석수 부회장이 각각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고위층 인사가 빠진 것은 현대차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룹측 관계자는 "반드시 정기인사에서 사장단 인사를 할 필요는 없다"며 "고위층 인사는 상황에 맞게, 필요에 따라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건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에서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고위층들의 인사 숨통이 트이는 등 직간접적인 인사 요인이라는 점에서 내년초 현대건설 인수가 가시화된 후 고위층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