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팸족, ‘생활가전’의 판도를 바꾸다

by염정인 기자
2022.07.13 11:32:29

점점 커지는 펫가전 시장
펫가전 주 구매층, "MZ"
펫가전 핵심 키워드는 “공존·공생”

[이데일리 염정인 인턴기자]믹스견을 키우는 이보을(28)씨는 최근 10만 원짜리 ‘강아지 털 흡입기’를 구입했다. 이씨는 “털이 많이 날려 청소기를 찾던 중, 강아지에 안전한 저소음 제품으로 가전을 구입했다”고 했다.

김아림(24)씨도 지난 3월 전자동식 고양이 화장실을 구입했다가 다른 제품을 찾아보고 있다. 김씨는 “가전제품의 소음과 움직임 때문에 고양이가 겁을 먹고 스트레스를 받아 배변을 못 하더라”며 “사람만의 편의가 아닌 반려동물의 편의를 더 고려한 가전제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명 '펫팸족'이 인간 중심의 생활가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펫팸족은 ‘펫’(반려동물·Pet)과 ‘패밀리’(가족·Famil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기업에서도 반려동물에 적합한 가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시장에 내놓는 모양새다.

반려동물용 드라이 룸. 과거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는 방식에서 반려동물 전용 가전이 출시됐다. (사진=쿠쿠가전 제공)

점점 커지는 펫가전 시장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한 MZ세대가 펫가전의 주 구매층으로 떠오른다. 네이버 데이터랩 서비스를 통해 대표적 펫가전인 ‘펫드라이룸’의 연령별 트렌드를 분석해본 결과, 2030 세대의 펫가전 관심도는 타 연령대를 압도했다.

대표적 펫가전인 ‘펫드라이룸’의 최근 1개월(6월 11일~7월 11일) 클릭수는 △10대 ‘3’ △20대 ‘55’ △30대 ‘95’ △40대 ‘74’ △50대 ‘27’ △60대 ‘7’이다. 20대와 30대의 수치를 합하면 150으로 20·30대의 화력을 알 수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펫드라이룸' 연령별 클릭량 추이(사진= NAVER 캡처)



이에 기존 가전 기업들도 앞다퉈 펫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신일전자는 2017년 펫가전 브랜드 ‘퍼비(Furby)’를 출시한 한편 쿠쿠전자는 2019년 ‘넬로(Nello)’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 역시 제품에 관련 기능을 추가하며 ‘펫가전’ 열풍에 합류했다.

지난 8일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용 가전제품 상표출원이 최근 5년간 연평균 13%로 꾸준히 증가했다. 법인 상표출원은 2017년 2440건에서 2021년 3918건으로 연평균 13% 증가했고, 개인은 2017년 1156건에서 21년 2023건으로 15% 늘었다.

허제강 경인여대 펫토탈케어과 교수는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펫가전 시장의 전망은 아주 좋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핵가족화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돌볼 사람이 사라졌다”라며 “펫가전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 답했다.

펫가전 핵심 키워드는 공존·공생

펫코노미의 주요 소비자층은 ‘펫팸족’이다. 반려동물을 소유물이 아닌 가족으로 바라보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펫가전 역시 단순히 편리함만을 위하지 않게 됐다.

‘펫드라이룸’은 목욕 후 건조 기능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아로마 테라피 기능까지 포함되기 시작했다. 무인으로 때맞춰 사료를 줄 수 있던 ‘자동급식기’는 IoT 기술을 접목했다. 반려인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반려동물의 식사 여부와 먹은 양을 파악할 수 있다.

생활가전 영역에 펫가전이 들어오기도 한다. 다이슨에서는 기존 청소기 제품에 반려동물 빗질과 털 청소가 가능한 툴을 탈부착할 수 있는 악세서리가 출시됐다. 삼성전자에서도 인공지능 로봇청소기에 혼자 남은 반려동물의 실시간 모니터링 기능을 추가했다. LG전자도 새 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앱을 통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도 기존 세탁기에서 ‘펫케어 세탁 코스’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허제강 경인여대 펫토탈케어과 교수는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놀아주고 챙겨줄 인공지능이 탑재된 펫가전이 주목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아지의 끼니를 챙기고 심리상태까지 관리하며 응급상황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를 통해 반려인에게 알릴 수 있는 기술에 관한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쿠쿠전자 마케팅 부문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관심 많은 MZ세대를 겨냥해 ‘케이펫페어’ 등의 박람회에 참가했다”라며 “백화점 프리미엄 체험형 매장에도 입점하여 젊은 층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