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시멘트업계, 50년 역사상 최대 격변기
by채상우 기자
2016.03.22 13:37:36
유진그룹, (주)동양 경영권 확보 의지 굳혀
강원도와 경상도까지 생산공장 갖춰 ''전국구'' 레미콘 업체로 부상
한앤컴퍼니, 시멘트 1위 쌍요양회 인수 이달 마무리
라파즈한라, 국내 사모투자펀드에 매각 전망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국내 레미콘·시멘트업계가 50여년 역사상 유례없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레미콘업계에서는 유진그룹이 (주)동양의 경영권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어 레미콘업계 부동의 1위가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멘트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업계 1위 쌍용양회 인수를 이달 말 마무리할 예정이며 라파즈한라와 현대시멘트 역시 매각설이 불거지고 있다.
유진그룹은 지난 15일 동양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한 장내 지분매입을 공식 선언하고 동양지분 0.70%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을 10.01%까지 늘렸다. 부실채권 운용사인 파인트리자산운용(9.75%)를 제치고 (주)동양의 1대 주주가 된 것이다.
레미콘은 생산하고 90분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생산공장을 지역 곳곳에 설치해 공사현장에 납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성패의 갈림길이다. 하지만 비용부담으로 전국적 생산망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8백여 업체가 난립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1위인 유진기업의 시장점유율은 3.6%에 불과하다. 이어 삼표(3.0%), 쌍용레미콘(3.0%), 한일시멘트(2.8%), 한라엔컴(2.5%), (주)동양(1.6%) 순이다. 상위 5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다 합쳐도 14%로 나머지 86%는 800여개에 달하는 지방 레미콘사가 차지하고 있다.
유진기업은 (주)동양을 인수하게 되면 강원도와 경상도 지역까지 생산공장을 확대할 수 있어 ‘전국구’ 레미콘 업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이 보유한 계열 중소레미콘사 물량까지 합치면 향후 10%대 점유율도 가능하다”라고 내다봤다. 유진은 수도권과 충청권에 31개의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주)동양은 강원도와 경상도에 24개의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 역시 (주)동양 인수전에 참여했다. 레미콘의 원자재인 시멘트를 생산하는 삼표가 (주)동양을 인수하게 되면 레미콘과 시멘트업계 전반에 삼표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표가 보유한 지분은 3.19%로 아직은 크게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삼표의 추가 지분 인수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삼표 측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시멘트 업계도 M&A로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데 이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이달 말 1위 업체인 쌍용양회 인수를 마무리한다. 라파즈한라시멘트는 한국-홍콩 합작 사모펀드에 매각할 것으로 얘기되고 있고 워크아웃 상태인 현대시멘트의 매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시멘트시장 점유율은 쌍용양회가 19.8%로 가장 크고 이어 한일시멘트(13.5%), 성신양회(12.9%), 동양시멘트(12.8%), 라파즈한라(12.1%), 현대시멘트(10%), 아세아시멘트(7.3%) 순이다.
한앤컴퍼니가 사들일 쌍용양회 지분은 46.14%(3705만1792주)로 9100억원 규모다. 한앤컴퍼니 측은 2대 주주인 일본의 태평양시멘트 보유지분 32.36%의 매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태평양시멘트의 지분 매입을 추진하는 이유가 추후 쌍용양회를 되팔기 위한 초석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를 되팔게 될 때 시나리오는 크게 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시멘트업계에서 쌍용양회를 인수하는 경우다. 어떤 기업이든 쌍용양회를 인수하게 되면 큰 격차로 독보적인 시멘트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 많게는 시장의 3분의 1을 혼자서 독식하게 되므로 상위 업체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레미콘업계에서 인수하는 경우다. 이 경우 레미콘의 원료가 되는 시멘트 가격을 인수한 레미콘사가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재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울러 건설 경기가 좋아질 경우 시멘트를 원활히 조달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 5위인 라파즈한라는 국내 사모투자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글랜우드PE)에 6300억원 규모로 매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랜우드PE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차남 이상호 대표가 이끄는 회사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파즈한라글랜우드PE는 홍콩계 PEF베어링PEA와 손잡고 라파즈한라의 대주주인 라파즈홀심과 라파즈한라시멘트 지분 99.7%, 라코 지분 100%를 630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워크아웃 상태인 현대시멘트도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현대시멘트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경영정상화 일환으로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