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노무현 추억하는 노란 물결 봉하마을을 뒤덮다

by김인경 기자
2012.05.23 17:21:06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4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김해=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3주기를 맞아 고인이 잠들어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이 노란 물결로 뒤덮였다.
 
비가 내렸던 1,2주기 추도식과 달리 3주기 추도식은 화창한 날씨 속에서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수천여명의 추모객이 몰리면서 봉하마을 주변은 말 그대로 노란 물결의 장사진이었다.
 

23일 오전 11시쯤 봉하마을은 구름 한점 없이 화창했다. 노란 손수건을 손목에 동여맨 사람부터 노 전 대통령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까지 추모객은 모두 한마음이었다.
 
휴가를 내고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김윤정(31)씨는 “처음으로 뽑은 대통령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고인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추도식이 열리기 전까지 추모객 행렬은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 머물렀던 봉화산 부엉이 바위로 향했다. 봉하마을에서 20분 가량 거리의 부엉이 바위는 ‘위험 출입금지’라는 표지판과 함께 나무 울타리에 막혀 있다.

하지만 주변에 국화와 장미 등 조화가 놓여있었다. 직장인 박진우(35)씨는 주머니 속에서 담배를 꺼내 울타리 사이에 끼워놓은 채 “마지막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통령 묘역에 헌화하려는 추모객의 행렬도 끝없이 이어졌다. 뙤약볕 아래 1km 가량 이어진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어린이들은 노란 바람개비 숲 사이를 뛰어다녔다.



광주에서 왔다는 박현호(40)씨는 “편히 쉬라고 말하려 왔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를 맡은 김희영(30)씨는 “작년에 이어 또 왔다. 비도 안오고, 탈상이라 생각해서인지 마음이 좀 편하다”고 말했다.
 

오후 2시쯤 추도식이 열린 대통령 묘역으로 추모객이 모여들었다. 노무현재단이 준비한 1400개의 좌석은 순식간에 꽉 찼다. 의자에 앉지 못한 추모객은 묘역 주변과 봉화산 중턱에 자리를 잡았다. 산도 객석도 온통 노란색이었다.

‘노무현이 꿈꾼 나라’라는 제목의 공식 추도식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를 비롯해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장 등 정치권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참여정부 주요 인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이사 등을 비롯해 김두관 경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노건평씨는 추도식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추도식은 고인의 추모 영상을 시작으로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추도사, 4대 종단 종교의식, 노건호 씨의 유족 대표 인삿말, 추모글 집단 낭송, 묘역 참배 순으로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영상에 나오자 일부 추모객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한완상 노무현재단 고문은 추도사에서 “노무현의 꿈이 조직적으로 짓밟히는 역사의 후진이라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더욱 감동적인 바보들이 필요하다. 바보들의 꿈과 헌신으로 가까운 장래에 공정한 정부를 이땅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들 건호씨는 “그동안 추도식을 준비하고 행사를 기획해준 재단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등 모든 분께 유족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답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