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vs 통신사 요금인하 `힘겨루기`

by김정민 기자
2012.04.19 16:40:07

이계철 위원장 "마케팅비 줄여 요금 낮춰야"
통신사 "단말기 비싸 통신비 부담 늘어"

[이데일리 김정민, 김유성 기자] 정부가 물가안정방안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통신요금 인하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사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방통위가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줄여 통신요금을 낮추라고 주문하자 통신사들은 값비싼 단말기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물귀신 작전을 폈다.

19일 이계철 방통위원장은 하성민 SK텔레콤(017670) 사장, 이석채 KT(030200)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032640) 부회장과 취임이래 첫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은 "소모적 마케팅 대신 생산적 투자와 서비스 경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통신비 인하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간 6조원에 달하는 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 요금 인하 재원으로 활용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지난해 통신 3사는 무선부문에서만 총 5조7509억원이 마케팅비를 집행했다. 유선부문 마케팅비를 합하면 6조9188억원이나 된다.

그러나 이같은 이 위원장의 요구에 통신 3사의 CEO들은 현실론을 앞세워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통신서비스는 이용자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만큼 통신요금은 일종의 종자돈(Seed Money) 성격이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미래의 투자와 서비스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하 사장은 "IT산업의 발전은 산업에 도움을 주는 인프라와 솔루션을 만드는 것인데 이것의 근간이 요금"이라며 "전체 산업 측면에서 요금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 또한 "IT산업이 커야 우리 산업 전체가 큰다"며 "요금문제를 포함, 통신업체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블랙리스트제도가 시행되면 단말기 보조금이 완화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봐가며 유연하게 정책을 펴 달라"고 거들었다.

특히 하 사장은 "보조금 문제는 제조사의 판매장려금과도 맞물려 있어 서로간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정부도 부처간 협조를 통해 제조사 장려금 문제도 같이 품고 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 보조금만 건드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만큼 단말기 판매장려금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제조업체들이 자사의 단말기를 많이 팔기위해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석채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