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를 기회로 유럽 기업 사들여야"

by이재헌 기자
2012.04.24 17:40:34

SERI, 유럽 M&A 기회와 기업 활용방안 보고서
현재도 매물 증가세..정부지원과 민간 노력 필수

[이데일리 이재헌 기자] 유럽의 재정위기 때문에 나오는 유럽기업들을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인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써 원천기술과 브랜드 등을 확보해 국제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24일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무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유럽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활용해 한국기업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원천기술과 해외 브랜드를 확보하고 국제 사업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풍력발전 분야의 독일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해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5위의 풍력발전 업체로 도약한 인도의 수즐론에너지를 좋은 사례로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가 인수합병에 소극적인 모습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유럽 기업 인수합병 금액은 2008년부터 3년간 98억달러를 기록하며 2000년부터 2007년까지보다 4배가 증가했다. 거래 선수 역시 같은 기간 2.1배 늘었다. 하지만, 금액 기준으로 같은 기간 일본·중국과 비교하면 17%에 불과하고 거래 건수도 절반 이하에 못 미친다.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이 내부성장 전략에 의존해 M&A에 무관심하고 해외 투자의 비중이 아시아로 68%나 쏠린 점을 꼽았다.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진출 방식이 현지에 공장을 짓는 그린필드 투자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정부는 유럽 기업 인수합병이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인식하고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해외 M&A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매물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와 법률정보 등을 제공하는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상장사들이 총 54조3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고 있는 만큼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를 겪는 주요국의 정부는 민영화를 통해 정부자산을 매각하고 현금확보에 나서려는 실정이다. 그리스의 민영화 프로그램 전체 가치만 약 500억 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은행들 역시 자본확충을 이유로 기업 등 보유자산 매각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의 경기침체 심화로 유럽 은행들이 2013년까지 2조6000억∼3조8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