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본격화`..6월 G20 회담 `분수령`

by윤진섭 기자
2010.03.29 17:41:13

강도높은 재정건전화,기업 구조조정 실시
금리인상은 `신중`..한은 금리인상 부담은 줄어
6월 G20 회담 전후 금리인상 분수령 `관심`

[이데일리 윤진섭 이학선 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표준협회 조찬 강연에서 "경제 여건에 맞춰 거시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나가되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확장적 거시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던 정부 입장에서 상당부분 변화된 발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윤 장관의 발언에 따라 향후 정부의 거시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바뀔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정부는 재정정책, 금융정책 분야에 있어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재정적자가 국내 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7%로 크게 줄어든다. 정부 지출을 그만큼 줄인다는 뜻으로 재정 측면에서의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지출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재정규율 장치를 도입해 대규모 재정이 수반되는 중장기계획의 부처간 사전협의를 내실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재정지출이 필요한 입법에 대한 재정영향 평가를 강화하고 기존 사업도 총 사업비가 과도하게 증가하거나 줄어든 사업에 대해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세입 확대를 위해 각종 비과세와 세제 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기업 어음제도 개선 세액공제, 환경보전시설 투자 세액공제, 의약품 품질관리 개선시설 투자 세액공제,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 등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46개 조세지원 제도의 효율성과 타당성을 분석해 불필요한 감면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세금 뿐만 아니라 세외수입 늘리기에도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미수채권에 대한 추심을 강화할 계획이며, 국유지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국고 낭비를 최소화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금융정책 분야에 있어서는 시장에 공급한 유동자금도 한은과의 협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구조조정도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이날 "부채 문제가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되지 않도록 채권단 중심의 상시 기업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금융권의 부실채권도 조속히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 관심사인 금리 인상은 경기회복, 물가, 고용 동향, 국제적 공조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이 `탄력적으로 거시정책을 운용하겠다`고 한 부분은 출구전략을 둘러싼 변화의 조짐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최근 출구전략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이 금리인상은 절대 안된다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라며 "다만 경기 회복, 물가, 가계부채에 대한 동향이 유동적이여서,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변화는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은은 그간 금리를 올려도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집행부들 사이에선 지난 1월을 금리인상의 적기로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열석발언 행사 등 정부가 금리인상에 반감을 보이자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당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물가 면에서 당분간 큰 위험요인이 없고 주택시장 상황도 정부의 안정의지 등을 감안할 때 조금 더 지켜보더라도 괜찮을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의지를 금리동결의 이유로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한은을 압박하던 정부의 입장선회는 그만큼 금통위의 금리결정 부담을 덜어줄 개연성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도 지금과 같은 기조를 계속 끌고 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겠냐"며 올해초와 같은 강경한(?) 입장을 계속 견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한은이 당장 금리인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내달이면 금통위원 7명 가운데 의장(한은 총재)을 비롯해 3명의 금통위원이 바뀐다. 금리인상이 금리인하에 비해 훨씬 버거운 결정임을 감안하면 새로 취임한 금통위원들이 금리인상 카드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 한은 내부에서조차 올해 상반기까지는 금리인상이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로선 오는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G20 회담이 금리인상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6월 회담의 유력한 의제 가운데 하나로 출구전략이 논의될 수 있어 회담결과를 보고 정부와 금통위가 거시정책 변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정책금리 동결 이유로 남는 것은 결국 정부가 글로벌 공조 차원이나 부채 구조조정을 미루기 위해 정치적으로 `확장정책`을 선택할 것이란 믿음뿐"이라며 "작년까지는 이러한 논리가 유효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책금리 인상 압력이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