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AOL, 디지털 미디어 "석권" 노림수

by전미영 기자
2003.06.02 16:11:46

[edaily 전미영기자] 지난 주 마이크로소프트(MS)는 AOL타임워너가 자회사인 네스케이프를 대신해 제기한 웹브라우저 반독점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7억5000만달러를 지불키로 합의했다.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AOL의 "네스케이프"간 브라우저 전쟁이 종결됐다는 뜻이다. 양 사는 그러나 단순히 정전협정에 서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MS와 AOL은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의 협력에 합의, 구체적으로는 AOL이 MS의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를 앞으로 7년간 비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MS와 AOL이 웹 브라우저 전쟁을 중단했을 뿐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의 동맹 관계를 맺게 된 배경은 관심 거리가 아닐 수 없다. CNN머니는 이를 두고 "윈-윈 게임"이라고 표현했으며 뉴욕타임스는 "MS와 AOL이 과거에서 미래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합의 내용 뭔가 = 양 사의 발표가 나온 직후엔 반독점 소송 합의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 정부의 MS 반독점 조사와는 별도로 AOL이 제기한 소송에서 MS가 합의금으로 7억5000만달러를 지불키로 했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핵심이 옛 원한의 청산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곧 분명해졌다. 빌 게이츠 MS 회장과 리처드 파슨스 AOL타임워너 회장은 합의 발표에서 디지털 저작권의 보호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전 방안을 특별히 강조했다. AOL은 MS와의 이번 합의로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및 MS의 디지털 저작권 보호 소프트웨어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장기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 개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MS와의 라이센싱 합의에서 비배타적이란 단서를 붙였기 때문에 MS의 경쟁사인 리얼네트웍스와의 협력 관계도 지속할 수 있다. MS도 무조건 기술을 AOL에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AOL이 MS의 미디어 플레이어를 채용하게 되면 MS는 3200만명에 달하는 AOL 가입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얻게 된다. 이로 인해 MSN 서비스의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지만 MSN의 가입자 수가 900만명, 매출 기여 비중이 6.5%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결정적인 부담은 아닐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터넷의 다음 중심은 디지털 미디어 = 웹 브라우저 전쟁에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웠던 양 사가 극적으로 손을 맞잡은 것은 디지털 미디어에 금맥이 묻혀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이 영화와 음악 등 상업용 컨텐츠를 전달하는 핵심 축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 미디어 플레이어는 새로운 인터넷 퍼즐의 핵심적인 조각이다. 사용자의 컴퓨터나 핸드폰 등 인터넷 접속장치에 설치된 이 프로그램은 영화와 음악 같은 컨텐츠에 접근하는 통로를 제공한다. 브라우저가 웹 페이지를 보여주는 것과 똑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의 크리스 샤론 분석가는 "미디어 플레이어 분야는 차세대 소프트웨어 최대 각축장이며 곧 브라우저 보다 더 큰 중요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MS는 이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현황은 =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 쟁탈전은 1990년대 웹브라우저 전쟁과 거의 동일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의 개척자 리얼네트웍스는 브라우저 선구자 네스케이프와 마찬가지로 MS의 번들화 전략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MS의 미디어 플레이어 장악력이 브라우저 보다는 덜한 것도 사실. 브라우저 메이커로서의 MS는 윈도우 운영체계의 독점을 이용해 PC업체들을 손쉽게 압박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 미디어 쪽에서는 컨텐츠 제공자인 거대 미디어업체들을 상대해야 한다. 실제 대다수 미디어 업체들은 리얼네트웍스와 MS의 미디어 플레이어에 맞춰 별도로 컨텐츠를 포맷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등 5개 홀리우드 스튜디오가 출자해 만든 무비링크의 경우 인터넷으로 영화를 제공하면서 양 사의 기술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애플컴퓨터가 온라인 뮤직서비스인 "i스토어"(iStore)를 통해 맥킨토시 뿐 아니라 윈도우 PC까지 공략하겠단 방침을 밝혀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로 떠올랐다. 그 밖에 소니, 필립스, 마츠시다 등 가전업체들도 MPEC-4 디지털 영화표준 등에서 소프트웨어 쪽 작업을 함께 하고 있어 미디어 플레이어 분야에서 MS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