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쌍특검·지역화폐법에 거부권…취임 후 24번째

by박종화 기자
2024.10.02 11:06:25

野, 이르면 4일 재표결 진행할 듯
尹, 與 원내지도부와 만찬…재표결 앞두고 결속 관측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채 해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쌍특검법·지역화폐법 재의요구안을 2일 재가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22~24번째 거부권 행사다.

정부는 사실상 야당이 특검 후보자를 최종 낙점하도록 한 두 특검법이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재의요구 이유를 밝혔다. 또한 특검 수사인력(155명)과 수사 기간(150일)이 과다하다며 과잉수사에 따른 인권 침해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수사 과정 실시간 언론 브리핑으로 인한 명예 훼손·사생활 침해 우려도 정부가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 명분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을 수호하고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는 사건의 진실 규명이 아닌 반복된 재의요구권 행사를 유도하는 위헌적이고 정쟁형 법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한 지역화폐법도 위헌·위법적이라고 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강제하고 재정 지원을 의무화함으로써 지자체의 자치권과 중앙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서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한 반면에 물가 금리 교란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도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르면 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한 재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표결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해당 법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 수사 내용에 포함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공소 시효가 이달 10일까지다. 이번 재표결에서 가결되지 않는다면 추후 수사가 어려울 공산이 크다.

현재 국회 300석 가운데 여당은 국민의힘은 108석인데 여당은 반란표가 8표 이상 나오지 않도록 표 단속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건희 특검법은 여당 내 이탈표가 다른 법안보다 많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공천 개입 의혹 등 김 여살들 둘러싼 잡음이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검찰은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김 여사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릴 예정인데 이에 따른 특혜 논란도 정치적 부담거리다.

한편 윤 대통령은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와 이날 만찬회동을 한다. 다음 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원내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지만 쌍특검 등 재표결을 앞두고 당내 결속을 다지는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만찬엔 원외 인사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참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