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신의 직장 70곳 육박…CEO보다 보수 높은 직원도 등장

by신민준 기자
2021.04.01 11:00:00

CXO연구소, 국내 상장사와 주요 비상장사 1700여곳 작년 연봉 조사
작년 68곳 임직원 평균 급여 1억↑ …CJ·오리온, 1·2위 차지
연봉 13%뛸때 고용 1%대 증가 그쳐…"고임금·저고용 현상 심화"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작년 코로나 정국에도 임직원들에게 억대 연봉을 준 기업은 70곳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일반 직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CXO연구소는 2020년 임직원 연간 평균 급여가 1억원 넘는 기업은 68곳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은 2020년 사업보고서(12월 결산법인 기준)를 제출한 상장사와 주요 비상장사 1700여 곳이다. 1인당 연간 평균 급여(연봉)는 해당 그룹별 인건비 총액을 전체 고용 인원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했다.

68곳 중 2019년에도 연봉 1억 클럽에 가입했던 곳은 52곳이었다. 16곳은 작년에 억대 연봉 반열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연봉 1억 클럽 가입 기업 수는 2019년과 비교해 작년에 30% 이상 급증했다. △네이버(035420) △스튜디오드래곤(253450) △엔씨소프트(036570) △금호석유(011780)화학 △키움증권 등이 작년에 연봉 1억 클럽에 신규 가입했다.

작년 연봉 1억 클럽에 가입한 68곳의 총 임직원 인건비 규모는 23조7669억 원이었다. 이는 2019년 20조6711억원보다 15%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19만 4833명에서 19만 8322명으로 1년 새 1.8% 늘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인건비 규모가 15%정도 많아질 때 고용은 고작 1%대 수준으로 찔끔 늘어났다는 얘기”라며 “그러다 보니 임직원에게 돌아간 보수는 상대적으로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68곳의 2019년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 609만원이었다. 2020년에는 1억1984만원으로 한 명당 평균 1374만원 정도씩 급여가 올랐다. 연봉 상승률도 13% 수준으로 인건비 증가분만큼 올랐다. 작년에 임직원 연봉이 2억원 넘는 곳도 5곳이나 등장했다. 이중 1위는 CJ(001040)(4억9407만원)가 차지했고 오리온홀딩스(001800)(3억2380만원)가 뒤를 이었다. 2019년에는 1위 오리온홀딩스(4억4783만 원), 2위 CJ(3억7198만 원) 순이었는데 1년 새 1·2위 순위가 바뀌었다.



CJ와 오리온홀딩스 임직원 연봉이 높은 배경에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중인 오너 연봉 비중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020년 CJ(주)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이 회사는 임직원 53명에게 총 261억 원을 지급해 1인당 평균 급여액은 5억원에 근접했다. 이 회사는 미등기임원 1인당 연봉도 10억원을 넘어서며 조사 대상 기업 중 최고치를 보였다. CJ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에게 작년 한 해 67억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CJ는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을 따로 산출해보면 1억6203만원으로 계산됐다. 5억원에 근접하는 임직원 평균 연봉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금액이다.

오리온그룹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리온홀딩스는 작년에 임직원 10명에게 32억원의 인건비를 지급해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3억 2000만원으로 국내 기업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오리온홀딩스는 미등기임원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에게 작년에 지급한 급여는 14억원, 11억원이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급여를 제외하고 임직원 연봉을 따로 산출해보면 이 회사는 연봉 1억 클럽에도 들지 못할 수준이다.CJ와 오리온홀딩스 이외 △DSC인베스트먼트(2억2133만원) △셀트리온헬스케어(2억1402만원) △부국증권(2억641만원)도 작년 임직원 평균 연봉 2억 원을 웃돌았다. 국내 매출 1위 기업 삼성전자(005930)(1억2656만원)는 68곳 중 임직원 연봉 순위 26번째로 나타났다. 지주사·금융사 등을 제외하면 카카오(035720)가 2019년(7999만원) 대비 작년(1억799만원) 임직원 급여 상승률이 35%로 가장 높았다.

작년 미등기임원 연봉은 1위 CJ(10억4195만원), 2위 메리츠증권(9억461만원)이 차지했다. 또 2019년 대비 작년에 임원 평균 급여액 자체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으로 조사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미등기임원 중 최소 4명이 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다. 또 작년에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주인공은 CEO나 임원도 아닌 부장급 일반 직원이었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1억9823만원)이었다. 일반 직원 대상 2019년 대비(지주·금융사 제외) 작년 연봉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씨젠(096530)이었다. 2019년 1인당 평균 5800만원 정도에서 작년에는 1억 264만원으로 연봉 상승률이 77.5%나 됐다.

오 소장은 “일부 오너들은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아 법적 책임은 따로 지지 않으면서도 고액 보수를 받아가는 행태는 여전하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강조하는 최근 오너가의 급여 수준이 적절한 수준인지에 대한 기준을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