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넘친다’…배달용기 두께 제한·재포장 금지 등 추진
by최정훈 기자
2020.12.24 12:00:00
정부,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 발표
2025년까지 20% 감축, 재활용 비율 70%로 상향
플라스틱 대신 유리병으로…배달 용기 두께 제한도
2년 뒤 1회용컵 보증금제 신설…N+1 포장도 금지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코로나19로 배달과 택배가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증하자 정부가 폐플라스틱 저감 대책을 강화한다. 음료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는 유리병으로 바뀌고, 배달용기는 두께가 제한된다. 또 2년 뒤엔 1회용컵 보증금제가 신설되고 제품에 덤을 붙이는 ‘N+1’ 포장도 금지된다.
| 지난 10월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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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보다 택배 19.8%, 음식 배달 75.1% 급증했고 이로 인해 폐플라스틱 14.6%, 폐비닐 11% 늘어났다. 이번 대책은 플라스틱 생활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의 1회용 플라스틱 감축 대책에 더해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사용된 생활용 폐플라스틱은 다시 원료로 재사용하거나 석유를 뽑아내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먼저 일정 규모 이상의 용기류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생산한 용기류 중 플라스틱 용기류의 생산 비율을 설정해 권고한다. 이를 위해 2022년부터 업체별로 재활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플라스틱 용기는 생산 목표를 낮추고, 대신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유리한 유리병은 생산 목표를 높인다.
전체 용기류 중 플라스틱 용기의 비율을 현재 47% 수준에서 2025년에는 38%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마트에 진열된 생수병의 90% 이상이 플라스틱이지만 앞으로는 마트에서 유리 생수병도 찾기 쉬워질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사용량이 대폭 늘어난 음식배달 플라스틱 용기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배달 용기 종류에 따라 평균 두께 이하로 두께 제한을 신설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5월 음식배달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하는 협회와 배달용기 무게를 20% 감축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감자탕이나 해물탕은 플라스틱 배달 용기의 두께가 0.8mm에서 1.2mm이지만, 이것을 1.0mm로 제한하게 되면 평균적으로 20%의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중식, 초밥류, 반찬과 같은 배달음식 종류와 소형, 중형, 대형과 같은 크기에 따라 그 배달 용기의 두께가 다르므로 조사를 토대로 제한 두께를 결정할 계획이다.
1회용컵에 대해서는 2022년 6월부터 1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신설된다. 1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매장에서 제품 가격 외에 일정 금액의 컵 보증금을 내고 사용한 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이를 돌려받는 제도다.
또 내년 1월부터는 그동안 허용되던 세 가지 재포장 행위가 금지된다. 제품에 한 개를 덤으로 붙여주는 소위 N+1 포장과, 사은품이나 증정품을 함께 묶어 포장하는 행위, 그리고 판매되는 제품을 3개 이하로 묶음 포장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다만 합성수지 재질의 재포장이 아니거나 완전히 덮은 포장 형태가 아닌 테이프로 붙이는 형태의 포장은 허용된다. 내년 3월까지는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중소기업은 내년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1회용 비닐봉투와 쇼핑백은 현재 대규모 점포와 슈퍼마켓에서는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데, 2030년에는 모든 업종에서 사용이 금지된다. 아울러 관리 대상 업종 외에서 사용되는 경우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재생원료를 사용한 비닐봉투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수거를 25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2022년까지 플라스틱 분리수거통을 4종 이상 설치한다. 투명 페트병에 더해서 사용량이 많은 플라스틱 재질은 분리수거통을 시군구 상황을 고려해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종이, 유리, 철에만 적용되던 재생원료 의무사용제도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플라스틱에도 신설해 2030년에는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3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생산자가 재생원료를 사용한 양에 비례해 생산자책임재활용 분담금을 감면하도록 하고, 재생원료로 만든 재활용제품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일정비율 이상을 구매하도록 하고, 재생원료 비율을 제품에 표기하도록 해 구매도 유도할 계획이다.
|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11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플라스틱 대란시대, 한국 사회가 가야 할 길’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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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닐로부터 석유를 추출하는 열분해 시설은 2025년까지 공공시설 10기를 확충한다. 열분해시설은 높은 온도에서 찌는 것으로서, 대기오염 문제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민간 열분해시설이 11곳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폐플라스틱으로 메탄올이나 석유원료인 납사와 친환경원료인 수소 생산기술의 실증화를 지원하기 위한 플라스틱 클러스터를 2023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이어 이달부터 음료·생수병에만 적용되고 있는 투명 페트병 사용 의무화를 다른 페트 사용 제품까지 확대한다. 라벨 없는 용기를 사용하는 업체에는 제품 판매자가 재활용업체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현재 페트병 기준 kg당 147원 정도 내고 있는 생산자분담금을 50% 경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포장 용기류 중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의 비율을 현재 34%에서 2025년에는 15%로 절반 이상 줄일 계획이다.
제주도에 설치된 10만개 정도의 페트 압축할 수 있는 플라스틱 압축기는 우선 내년부터 3000세대 이상의 대규모 단지부터 시범적으로 보급한다. 영화관, 대형상점, 유원지 등 밀집 지역에는 페트병, 캔을 압축해 수거하는 무인 단말기도 설치해 재활용폐기물을 가져온 시민에게 에코마일리지를 제공하는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해외로부터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은 2022년부터 전면 금지된다. 지난 6월, PET, PE, PP, PS 4종의 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수입금지 대상을 모든 폐플라스틱으로 확대한다. 플라스틱 재생원료인 일정한 크기로 파쇄된 형태의 플레이크와 알갱이 형태로 만든 펠릿은 품질기준을 마련해 저품질의 플라스틱 재생원료 유입도 줄여나가기로 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제품 수출 확대를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는 재활용마크 인증을 통해 홍보를 지원하고, 제품 생산자가 재활용한 실적에 따라 재활용업체에 지원하기 위해 내는 재활용 분담금 지원 비율을 높여나간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플라스틱 재생제품의 수출규모를 현재 300억원에서 2025년까지 500억원 규모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현재 복합재질 플라스틱 함지박의 경우 우진리싸이클과 영진테크에서 미국으로 각각 연간 1000t 규모의 수출을 하고 있으며, 알엠 등 12개사에서 페트로 플레이크를 만들어 베트남, 미국, 태국, 이탈리아에 연간 2만t, 100억원 수출을 하고 있다.
이번 탈플라스틱 대책을 통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줄이고,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현재 54%에서 2025년까지 70%로 상향시킬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석유계 플라스틱을 줄여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 줄이고, 2050년까지는 산업계와 협력해 석유계 플라스틱을 점차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해 탈플라스틱 사회를 이루려는 것이 이번 대책의 목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050 탄소 중립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이 필수 요소”라며 “기후변화와 지구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생산-유통-소비-재활용 전 과정에 걸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