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토론' 참석 진중권 "까놓고 통합당은 뇌가 없어, 사회과학 무장해야"

by박경훈 기자
2020.05.15 11:38:04

진중권 이례적으로 통합당 의원 주최 토론회 참석
"보수, IT로 성장한 사회 주류·중도층 잡아야"
"정치 상관없이 돈벌이, 태극기·유튜버 단절해야"
"중국인發 코로나설 틀려…비판, 사실에 입각해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대표적인 진보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까놓고 말해 미래통합당은 뇌가 없다, 브레인이 없다”며 “여의도연구원은 망가졌다. 새로운 싱크탱크가 사회과학적인 인식을 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의동·오신환 통합당 의원이 주최한 ‘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보수의 현실에 직격탄을 날렸다. 진 전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결국 보수가 주전장(戰場·사회주류)을 잃었다”며 “정보통신(IT)으로 성장한 한국 사회의 주류·중도층을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설득이 안 되는 사람(태극기·극우 유튜브 세력)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 이들은 정치와 상관없이 돈벌이를 하는 거다”고 충고했다.

진 전 교수는 우선 이번 총선에서 “단기적으로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참패한 것”이라면서도 “코로나 사태가 없었어도 보수가 질 수밖에 없던 게 현실이다”고 짚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이어온 ‘보수의 몰락’을 주목했다. 진 전 교수는 한국 사회의 주체가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사양산업(산업화 세력)에 집착하다 이런 모습이 됐다”며 “한 마디로 보수는 무능했다”고 총평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주류는 토목경제에서 IT경제 세대로 바뀌었다. 생산 주체가 바뀐 것”이라며 “보수세력이 시대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간 토목세력과만 관계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비리의 양상도 과거 보수가 연루된 토목비리에서 진보는 정보를 이용한 금융비리로 시대가 바뀌었다고 예를 들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정권의 ‘엘시티 비리’는 건축과 관련한 인허가 비리”라면서 “신라젠·라임펀드 문제는 시대가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 변해간다는 걸 보여준다. 이들(진보 집권세력)이 정보화사회를 장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나아가 “영화·음악 등 모든 문화시장, 학계까지 진보가 장악했다”며 “(진보 집권층이) 사회 기득권을 자기 아들, 딸에게 세습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기존 보수층은 더욱 고령화될 것이고 20대 보수층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가 나뉘는 분기점이 40대였다”며 “이번에는 50대로 올라갔다. 그것도 50대 후반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면 20대가 오히려 60대와 동조화 하고 있다”며 “이들은 민주화 세력이 내세웠던 위선을 기득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이 패배한 내부 원인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것 △코로나 사태 대응 실패를 꼽았다. 우선 “당대표가 황교안씨 였다”며 “탄핵정권의 패전투수를 데려다가 대표를 시킨 것은 ‘탄핵을 인정 못하겠다’는 메시지만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극기 세력과 극우 유튜버가 ‘우리는 이길 거다’고 선동만 했다”며 “(참패로) 전국적인 망신이 됐다. 이게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사태에 있어서도 현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비판을 했어야 했다고 돌이켰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은 ‘코로나가 모두 중국에서 온다’는 식으로 대응했다”며 “지금 보니 중국인에 의한 감염은 거의 없었다. 비판은 원칙과 사실에 입각해야 했는데 다 틀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의기억연대 문제에 대해서도 “이용수 할머니는 옛날 운동권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말하는데, 통합당은 회계논란만 이야기한다”면서 “결국 ‘장부 공개하라 마라’가 됐다. 사람들은 식상하게 느낀다”고 전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을 향해 ‘사회과학적 분석’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까놓고 말해 미래통합당은 뇌가 없다, 브레인이 없다”며 “여의도연구원은 망가졌다. 새로운 싱크탱크가 정보사회에 대한 사회과학적인 인식을 무장해야 한다. 의원들이 이를 학습해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