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편의점 3위 로손의 ‘무인 실험’…높은 현금결제 비중 ‘걸림돌’

by김형욱 기자
2017.12.05 12:22:24

편의점 현금결제비중 80% 달해…"고객에게도 (결제) 부담 강제" 부정 전망도

일본 편의점업계 3위 로손의 다케마쓰 사다노부(竹增貞信) 사장이 지난 4일 문 연 도쿄도 미나토(港)구의 차세대 편의점 연구소 ‘로손이노베이션랩’에서 인간형 로봇 ‘페퍼’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출처=마이니치신문/로손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 편의점이 심야 무인점포 실험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현금 결제가 대세인 일본에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도 나온다.

일본 편의점업계 3위 로손이 내년(2018년) 봄부터 도쿄 내 편의점 몇 곳에 무인 결제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5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다케마쓰 사다노부(竹增貞信) 로손 사장은 지난 4일 도쿄도 미나토(港)구의 차세대 편의점 연구소 ‘로손이노베이션랩’ 개장식에 참석해 무인 편의점 개점 방침을 밝혔다.

무인 편의점이라고 해서 24시간 아예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편의점은 점원이 지키고 있되 물건을 매장 내 배치하는 일에 집중하고 결제는 고객이 직접 스마트폰으로 제품 바코드를 인식해 처리하는 개념이다. 시간 역시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로 제한된다. 다케마쓰 사장은 “최대 3시간분의 결제 작업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가 오랜 기간 이어진 일본 내에서 인력난은 로손만의 일이 아니다. 모든 편의점이 구인난과 그에 따른 인건비 상승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로손의 무인 결제 방식 도입은 일본 편의점 업계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효율화 정책이다. 업계 1위 세븐일레븐도 편의점 효율화에 나서기는 했지만 편의기기를 추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세븐일레븐은 내년 2월까지 오뎅·튀김 조리도구를 씻는 식기세척기를 일본 전체 약 2만 점포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것만 해도 작업시간이 30%는 줄어든다는 판단이다. 또 IC태그 방식을 활용해 물건을 들여올 때 수량 등 확인 작업을 줄여주는 방법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업계 2위 패밀리마트도 효율화를 추진 중이지만 무인 결제 시스템까지는 도입하지 않았다. 현금 사용 비중이 큰 일본은 여전히 편의점 이용객 80%가 현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결제 자동화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 편의점 고위 관계자는 “로손의 효율화 방식은 이상주의, 세븐일레븐은 현실주의, 패밀리마트는 그 중간”이라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로손이 서두르는 이유로 경쟁사의 규모 확대를 꼽았다. 일본 내 편의점 시장은 2만여 편의점을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1만2000여 편의점을 운영하는 로손과 패밀리마트가 2위 경합을 벌였었다. 그러나 최근 패밀리마트가 중소 편의점 브랜드 서클케이 선커스와 합병하며 로손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로손은 2021년까지 현 1만2000개인 편의점 수를 1만8000개까지 늘려 패밀리마트를 제치고 세븐일레븐과 1위 경쟁을 벌인다는 목표다. 구인난 속에 이 같은 공격 경영이 성공하려면 자동 결제를 비롯한 효율화가 필수라는 판단이다.

편의점 업계로선 이례적으로 연구소까지 문 연 것도 이 때문이다. 다케마쓰 사장은 “고객과 가맹점주를 모두 만족시키려면 최첨단을 달릴 수밖에 없다”며 “사람과 디지털을 양립시켜 고객과 편의점 모두에게 효율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여론은 그러나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다. 현실을 반영치 않은 공급자 논리라는 것이다. 닛케이는 “(로손의 무인 결제 시스템은) 고객에도 부담을 강제하는 측면이 있다”며 “현금 사용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가운데 무인결제 시스템이 고객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