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빈볼사태` 형평성 및 특혜 논란

by노컷뉴스 기자
2006.07.04 21:38:16

김동수-안영명 벌금 200만원
송진우 100만원 `출전정지` 처분없어
전례 비교해 `형평성` 논란 일듯

[노컷뉴스 제공] 집단 난투극 직전까지 갔던 지난 2일 대전 현대-한화전 `빈볼` 당사자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징계를 내렸다.

KBO는 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빈볼 사태 당사자인 현대 김동수(38)와 한화 안영명(22)에 대해 각각 벌금 200만원씩을 부과했다. 또 김동수에 대해 발길질을 했던 한화 송진우(40)는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예전 빈볼이나 폭력사태 당사자들이 대부분 받았던 `출전정지` 징계 처분은 없었다. KBO는 이에 대해 송진우, 김동수는 그동안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해온 점을 참작했고 안영명의 경우는 세 선수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고문 변호사의 법률적 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2일 김동수는 3-2로 현대가 앞선 8회 타석에서 안영명의 2구째가 등에 맞자 마운드로 달려가 안영명의 뺨을 두 차례 가격했고 이에 격분한 송진우가 덕아웃에서 달려나오면서 김동수에게 발길질을 한 바 있다.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나와 몸싸움을 벌였지만 난투극으로 번지진 않았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상벌위원회 후 "출전정지 문제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사례를 참고했고 대승적 차원에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오랜 상벌위원회 경험에서 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료애 및 프로의식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더 열심히 뛰면서 팬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차원"이라는 것.



또 하총장은 "내년부터 징계 대상 선수들에 대해 봉사활동과 팬서비스 차원의 유소년 야구 지도 등의 방안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하총장의 말대로라면 출전정지라는 ‘네거티브’(Negative.부정적인) 차원의 징계가 아닌 `포지티브`(Positive. 긍정적인) 징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팬들이 해당 선수를 볼 기회를 주고 또 죄값을 치르려는 선수들의 보다 질높은 경기를 즐길 수 있고 어린 선수들이 프로의 지도를 받는 등 야구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특정 선수에 국한된 것이라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가장 최근 빈볼 및 폭력사태였던 지난 2003년 이승엽(당시 삼성)과 서승화(LG)는 3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200만원 징계를 받은 것은 물론 지난 2001년 펠릭스 호세(롯데)는 배영수(삼성)를 폭행해 잔여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송진우가 통산 198승으로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200승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송진우가 경기 중 퇴장 명령을 받지 않아 출전정지까지 내리기는 힘들었다고 KBO는 밝혔다. 폭행사태에 대해 출전정지 징계가 없던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김동수, 안영명 두 선수만 출전정지가 결정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200승 달성이라는 송진우의 기념비적인 기록에도 흠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KBO 한 관계자는 "송진우의 200승 달성일은 한국 프로야구 잔칫날과도 같다. 이런 상황에서 출전정지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총장은 "이번 결정이 앞으로 비슷한 경우에 대한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출전정지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누가 봐도 스포츠맨 정신에 어긋난 것이라면 1,2 경기가 아닌 팀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출전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안영명은 선수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빈볼을 던졌고, 김동수는 동료 선수에게 손찌검을 했다. 송진우는 날카로운 스파이크가 달린 야구화로 김동수를 찼다.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이들의 행동이 스포츠맨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누구라도` 어려울 것이다.

일단 대승적인 야구발전을 위해 징계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가져가겠다고 밝힌 KBO가 징계의 형평성을 지키고 빈볼 및 폭력사태 재발을 막는 데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