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금센터 "美 금리 인상, 내년 완만한 경기침체 열어둬야"
by최정희 기자
2023.09.07 14:57:50
미 연준 금리 인상의 실물 경제 영향 평가 보고서
"시간 차 두고 실물 경제 악영향 예상"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미국 실물경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엔 시간 차를 두고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이 나왔다. 내년 완만한 경기침체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호상 국금센터 뉴욕사무소장은 7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의 실물경제 영향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경제가 견조한 모습이나 향후 연준 금리 인상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실물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 소장이 해외 투자은행(IB)을 면담한 후 작성한 것이다.
월가에선 미 경기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중립금리가 예상보다 높아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을 가능성 △가계의 풍부한 현금 및 기업의 낮은 단기대출 비중으로 긴축 영향을 덜 받을 가능성 △본격적인 금리 상승이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돼 정책 시차 효과가 덜 반영됐을 가능성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이번 면담을 실시한 월가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준의 통화긴축이 다양하고 긴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파급될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단 가계 현금 보유가 축소되고 부채 상환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조사에 따르면 2분기 30일 이상 신용카드 연체율은 7.2%로 2012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기업이 차환 등 신규 자금 조달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연준의 은행대출조사에 따르면 대출 기준 강화와 함께 기업의 자금 수요도 저하되고 있다. 이는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주는 경기침체 메시지의 유용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선행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미국에선 1960년대 이후 1966년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 후 5~23개월 내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연준 통화긴축으로 시중 유동성이 이미 뚜렷하게 줄어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2020년 2분기~2021년 1분기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전년동기비 20% 이상 확대됐으나 올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전년동기비 2.5%, 3.9% 감소했다. M2 증가율은 적정 수준보다 각각 9.3%포인트, 10.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통화량 감소시 다수 사레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했고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이번 면담을 통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작년 이후 진행된 연준의 급격한 통화긴축 및 이에 따른 고금리가 종국에는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 금리 인상 파장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실물경제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큰 폭 수준은 아니더라도 완만한 경기침체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