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환구 기자
2010.01.18 15:45:20
유틸리티·통신업, 재평가 활발
원자력 수주·스마트폰 효과..성장주로 부상할까
[이데일리 유환구 기자] 국내 증시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유틸리티·통신 등 과거 경기방어형 가치주로 불리던 업종들이 연초부터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달라진 변모를 과시중이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상승장에서 소외된 데 따른 `키맞추기성` 반등이나 경기나 주가 사이클 변화로 인한 방어주 부각과는 성격이 다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원전 수주와 `제 7미디어`로 불리는 무선인터넷 활성화 등 산업 지형도를 뒤바꿀만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업종을 가치주가 아니라 성장주로 재평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3위인 한국전력(015760)은 대표적인 가치주로 꼽힌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된다. 우선 성장주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으로 기업의 현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이라는 점이다.
한국전력은 성장속도는 더디지만 튼튼한 재무구조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절대 망하지 않을 기업`, `멀리보면 반드시 우상향할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만큼 주가의 변동성이 크지 않은, 가장 재미없는 주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전력의 장기 주가 차트를 보면 삼성전자나 포스코 같은 대형주에 비해 밋밋하기 그지없다. 변동성은 적은 편이지만 장기적인 상승폭도 크지 않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올해 들어 강한 상승탄력을 이어가며 박스권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달 전 3만2100원(12월21일)에 머무르던 주가는 18일 3만8000원에 마감, 18% 가량 뛰어 올랐다.
시장에서는 올 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성장성이 부각되며 기업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틸리티 산업은 정부 규제 산업으로 해외 기업 대비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저평가를 받아왔지만 해외 수주를 계기로 재평가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료비 연동제와 자산 재평가 등으로 장부상 가치가 더욱 부각되는 시점에서 원자력 수주로 성장성까지 더해진 셈"이라며 "주가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주는 한때 대표적인 성장주였다. 새 천년 초 이른바 TMT(테크·미디어·텔레콤)주로 인터넷 혁명에 따른 급등 신화를 주도한 바 있다.
이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들 종목은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로 분류됐다.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되는 통신주는 선방했지만, 주가 상승기엔 소외의 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 들어 통신 대표주 KT가 오랜 기간 굴레가 됐던 박스권을 돌파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KT(030200)는 올해 첫 거래일 3만1950원에서 출발해 이날 4만6000원을 기록, 17% 넘는 상승률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SK텔레콤도 15일 6% 가까이 급등, 두달만에 주가 18만원을 돌파하는 등 KT와의 수익률 격차를 좁히며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통신주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 국내 서비스를 맡고 있으며 최근 아이폰 가입자 급증으로 데이터 매출이 증가 추세에 있는 점이 호재가 되고 있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까지 통신주는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과 규제 이슈 등으로 투자 매력도가 낮았다"며 "하지만 작년 가을 이후 아이폰이 등장하고 KT의 경우 사내 구조조정을 통해 변화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무선 인터넷 환경에선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 창출이 가능하고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이 봇물처럼 생겨날 것"이라며 "현재는 KT가 먼저 치고 나가지만 모바일 솔루션에 강점이 있는 SK텔레콤과 레이스를 펼치며 올 한해 통신주의 새로운 흐름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