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우울한 1분기 실적 기다린다

by김인경 기자
2014.02.10 14:48:46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 24조, 3달간 9.9% 내려
수출주 우려 속 "내수주 견조·원화약세 기대" 예상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산 넘어 산이다. 굵직굵직한 대형주들의 4분기 실적발표가 완료됐지만 앞으로 1분기 실적도 우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기관이 3곳이상인 156개 상장사의 1분기 순이익은 24조109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말 26조5200억원보다 9.99% 하락한 수치다.

실적 예상치하향은 매년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특히 심하다. 지난해 1분기(-6.2%)와 비교했을 때 1.5배나 가파르게 미끄러지고 있다.

실적 전망치 하향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수출 부진이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올해부터 선진국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미국 수출이 절대적인 자동차, 그리고 유럽 경기의 영향을 받는 조선 등의 기대가 밝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다. 추세적인 부진이 아닌 전례없는 한파 탓이라 해도 회복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또 미국의 실질임금이 아직은 늘지 않아 소비 개선으로 나타나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다.

중국도 발목을 잡는다. 이달 초 중국 최대의 명절 ‘춘절’에 예년보다 거래가 부진했다. 소비 역시 기대치를 하회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불거졌던 중국의 경기 둔화가 이제 현실화 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중국의 영향을 받는 정유 및 화학업종의 1분기 순이익 하향치는 다른 업종보다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또 이들 업종 대다수가 4분기 예상치를 하회하는 성적을 낸 만큼, 이익예상치가 추가하향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지난달부터 제기됐던 대장주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폰 성장성에 대한 의문 등 주도주의 부재 역시1분기 실적 추정치가 하락의 원인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추정한 2014년 예상 이익 증가율은 아직도 27% 내외로 보이는데 대외경기요건을 감안했을 때 최대 10%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10~15% 내외의 추가 조정 해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증권가는 이번 분기 글로벌 이슈가 두드러지는만큼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내수주, 정부의 내수 부양 의지를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이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업종과 유통, 소비재, 홈쇼핑 등의 업종이 1분기 전망치와 유사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수출주에 대한 기대를 접을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전자산 달러가 강세로 전환하며 원화 약세 국면을 맞은 만큼, 수출주로서는 새로운 모멘텀을 맞을 수 있다는 평가다 .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가 완화되면서 IT와 자동차 등 수출주의 이익 하향도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추정치 하향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기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 실적 추정의 하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시장의 높은 눈높이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향후 우리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