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헌재 "부유세 합헌"..기업들 "회사 해외로 옮기겠다" 재연될까

by성문재 기자
2013.12.30 15:43:38

100만유로 이상 급여에 75% 세율 적용
기업들 대규모 '세금 망명' 우려 고조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부유세 수정안이 합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법 제정 이후 벌어졌던 ‘세금 회피 엑소더스(exodus·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빠져나가는 것)’가 재연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사회당 정부의 부자 증세 수정안에 대해 최종 합헌 판결을 내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직원들에 연간 100만유로(약 14억5400만원) 이상 급여를 지급하는 프랑스 기업들은 소득 100만유로 이상 구간에서 소득세 50% 등 총 75%에 달하는 세율을 적용받는다. 부유세 부담 의무는 직원이 아닌 기업에 있다. 우선 2013년과 2014년 급여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부과된다. 다만 부유세 총액은 기업 매출의 5%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 결정으로 프랑스 약 470개 기업들이 부유세를 내게 됐으며 프랑스 정부는 연간 2억2000만유로의 추가 세수를 확보하게 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자는 취지로 고액 연봉자를 대상으로 부유세 도입을 추진해왔다. 연간 100만 유로 이상 소득에 대해 최대 75% 세금을 부과하는 이 법안은 집권 사회당 정권이 내놓은 부자증세 정책의 핵심이다. 부유세로 인한 세수 증대가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올랑드는 지난해 2월 개인을 대상으로 부유세 증세를 추진했지만 프랑스 헌재는 같은 해 12월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66% 이상 세율로 세금을 걷는 것은 소득을 몰수하는 것과 같다”며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올랑드 대통령은 과세대상을 개인에서 기업으로 전환해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같은 부유세 수정안에 대해 프랑스 기업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프랑스에 위치한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관련 법 제정 이후 대기업 총수 등 일부 부유층들은 벨기에, 스위스, 영국 등으로 주소를 옮기며 소위 ‘세금 망명’을 떠났다.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리드외가 세금 폭탄을 피해 지난 1월 국적을 포기한 것을 비롯해 올해 들어서만 프랑스 기업 850여개가 본사를 스위스로 옮겼다.

프랑스 최고 부자 베르나르 아르노(63) 루이뷔통(LVMH) 그룹 회장은 올초 55억 파운드(9조3122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필린베스트’라는 벨기에 회사로 옮겼으며 이후 세금 회피 논란이 커지자 벨기에 시민권 신청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고액 연봉선수가 많은 프로축구 구단들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부유세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경기를 취소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부유세가 적용되면 파리 생제르맹 구단 2000만유로,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구단 530만유로 등 프랑스 프로축구단들은 총 4400만유로를 부유세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지난 10월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85%가 프로축구단에 부유세를 부과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