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복수대표이사제' 급부상..차기 회장과 대표이사 사장 분리?

by김현아 기자
2013.11.25 15:38:01

KT CEO추천위, 내달 4일까지 회장 후보 공모받아
미국식 ''러닝메이트''로 연합전선 가능성 제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030200)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공모키로 한 가운데 CEO추천위원회(위원장 이현락 세종대 석좌교수) 일각에서 ‘복수대표이사제’를 대안으로 언급해 주목된다.

복수대표이사제란 한마디로 KT 대표이사 회장 외에 KT 대표이사 사장을 두는 제도로, 현행 정관에도 근거가 있다. 회장을 제외한 2명의 사내이사 중에서 회장이 추천한 사람을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것. 예컨대 이석채 대표이사 회장 외에도 표현명 대표이사 사장, 김일영 대표이사 사장 등이 대표이사가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KT는 지금까지 복수대표이사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통신 분야 외에도 미디어(KT미디어허브와 KT스카이라이프), 카드(BC카드), 렌트 카(KT렌탈) 등 비통신 분야를 거느린 재계 11위권의 그룹이나, 정관상 가능한 것은 KT본사의 대표이사인 만큼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차기부터는 복수대표이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급부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CEO 추천위 관계자는 “KT 회장은 통신뿐 아니라 비통신 계열사까지 포함한 그룹 전체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면서 “대표이사 회장은 경륜 있는 중량급 인사로 해서 대외 관계 등을 챙기고 통신 대표이사 사장, 기타 대표이사 사장 등을 두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T 분당 본사
KT 정관에 복수대표이사제 허용 조항이 생긴 것은 이석채 전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00년대 중반의 일이다. 회장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결제가 중단될 수 있고, KT그룹의 사업 범위가 넓어지면서 관련 조항을 넣었다.



KT 관계자는 “삼성처럼 정보통신총괄 사장, 가전총괄 사장 등을 둘 수 있고, KT는 통신 대표이사와 자회사 관리를 맡는 시너지경영실을 확대해 별도 대표이사에 맡길 수 있다”면서도 “대표이사 회장과 정보통신담당 대표이사 사장 간 업무가 중복되거나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기 회장 공모에 맞춰 논의되는 복수대표이사제는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새 회장 선임을 둘러싼 경쟁이 미국의 정·부통령을 뽑는 ‘러닝메이트’ 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후보 간 연합전선을 펼 가능성도 있다.

일각의 복수대표이사제 언급 배경에는 KT CEO 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을 ICT 전문가보다는 새 정부 코드에 맞는 친박 거물급 인사로 추천하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표이사 회장에는 정무적 힘을 가진 사람이 오고, 대표이사 사장은 KT나 관료 출신의 ICT 전문가가 오는 그림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KT-KTF 합병 때 지주사 전환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정무적 회장이 오면 이석채 전 회장 때의 낙하산이 그대로 새 정부 낙하산으로 바뀌는데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KT CEO추천위는 공모와 더불어 전문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차기 회장 최종후보자를 연내 선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추천위가 밝힌 회장 후보 자격은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영경험이 풍부한 자로 △글로벌 경영능력과 사업수행 경험 △ICT 및 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 △투철한 기업가 정신과 미래지향적 비전 △대규모 조직관리 경험과 강력한 경영혁신 의지를 갖춘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