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0일간의 사투끝 승리..`상처도 많았다`

by원정희 기자
2011.01.07 16:43:15

거듭된 반전 끝 우선협상자 지위 획득
`격에 맞지 않는 행태`비판..현대건설 성과로 만회해야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참 어렵게 돌아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편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우여곡절 끝에 7일 현대건설(000720) 채권단으로부터 우선협상자 지위를 따 냈다. 지난해 10월1일 현대건설 채권단에 입찰 참여의향서를 접수한 이후 꼭 100일 만이다.
 
그러나 힘겨운 승리였던 만큼 현대차그룹에도 많은 상처를 남겼다.


 
현대건설 M&A전은 매각작업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2파전 양상을 띄었지만, 업계나 시장에선 자금력 등에서 우세했던 현대차그룹의 압승을 예상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보다 입찰금액을 4000억원이나 더 많이 써 냈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표됐고 현대차그룹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터 빌렸다는 자금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조건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의혹규명에 대한 여론이 힘을 받으면서 결국 채권단은 이미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채결한 상태서 뒤늦게 해명을 요구했다.

채권단이 두 차례에 걸쳐 소명을 요청했지만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의혹을 깨끗이 씻어줄 정도의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결국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채권단의 MOU해지 결정은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운명을 갈랐다. 현대그룹 입장선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격`이 됐고, 현대차로선 다시 한번 뒤집기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채권단이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할지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했고, 현대그룹이 법원에 낸 `MOU 해지금지 가처분신청` 결과도 알 수 없었던 만큼 현대차그룹의 승리를 예단할 순 없었다.

이후 지난 4일 법원이 채권단, 결과적으론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주고, 최종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역전의 승리를 거둔 셈이 됐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상처도 컸던 싸움이 됐다. 마냥 축포를 터트리기도 뭔가 찜찜하다. 반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채권단과 당국이 원칙없이 흔들렸던 점은 말할 것도 없고,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간 혹은 채권단을 상대로 벌어졌던 소송전, 여론전 등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대그룹서 낸 MOU해지금지 가처분을 기각한 법원조차 현대차그룹에 대해 "예비협상대상자로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에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해 입찰 절차에 많은 혼란을 야기했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매각의 주관기관이자 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예치된 예금 일부도 빼 갔다. 그룹 쪽에선 통상적인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이들은 없었다. 채권단을 상대로 한 고강도 압박은 기업과 금융기관간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현대건설 매각을 담당했던 외환은행 임원과 실무자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채권단의 결정에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외환은행측의 강경한 입장에 밀려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진 않았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현대건설과 채권단을 상대로 벌인 다양한 압박카드와 소송, 비난전은 재계 서열 2위의 대기업으로서 걸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많은 비판을 받고 어렵사리 인수하는 만큼 현대건설 이후 성과로 만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