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韓 핵무장 포기하고 북핵 대응서 입지 높여"

by장영은 기자
2023.04.27 10:18:56

WP "핵잠수함 등 美 전략자산 韓에 정례 배치될 전망"
WSJ "韓 자체 핵무장 포기하는 대가로 더 큰 목소리"
NYT "억지력 강화는 北 비핵화 어렵다는 점 인정한 것"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 백악관에서 26일(현지시간)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관련, 미국 주요 언론들은 양국 정상이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 무기 개발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대신 억제력 강화의 구체적인 방안에 합의했다고 타전했다.

운석열(왼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AFP)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은 한미 정상이 핵확산 방지에 대한 원칙을 확인하면서, 한국에 미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강력한 방어력을 지원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WP는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 공격이 있을 경우 미국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확신을 한국에 주기 위해 고안된 일련의 계획”이라며,

“양측은 무력과 연대를 과시하기 위해 이 지역에 미국 국방자산을 배치하는 것을 포함해 핵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억제 조치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든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1980년 초 이후 처음으로 핵 잠수함과 같은 전략 자산을 정례 배치하는 등 우리의 억지력이 더 가시화되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국에 파견될 핵잠수함이 미 해군 최대 규모인 오하이오급(탄도미사일을 최대 20개 탑재 가능)이라고 덧붙였다. 핵잠수함의 한국 파견은 몇 달 내로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전투기와 한국 전투기의 합동 훈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과 NYT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국이 북핵 위협 대응에 있어 더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WSJ은 “미국은 북한의 공격에 대한 미국의 핵대응 가능성에 관한 협의에서 한국 정부에 ‘더 큰 목소리’(greater voice)를 주기로 합의했다”고 했으며, NYT는 “미국은 북한과의 분쟁과 관련한 핵무기 사용의 전략적 계획에 있어 한국에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확산 방지를 철칙을 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 보조를 맞춰주는 대신 자국 보호를 위한 미국의 핵무력 사용에 관한 협상에서 이전에 비해 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외신들은 또 한국 내에서 핵무장에 대한 여론이 어느때보다 높고, 이번 워싱턴 선언이 북핵 위협에 대한 한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WP는 백악관 역시 핵무장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NYT는 한미가 억지력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 “북한을 무장해제시키는 것이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최근 4년 동안 북한의 (핵)무기가 너무 빨리 증가한 나머지 미국과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중단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