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여야 중진협의체, 尹 정부 시행령 통치와 기시감"

by이상원 기자
2022.08.24 12:08:16

野 강경파 `여야 중진협의체` 반대 기자회견
"민주주의 반해…밀실 야합될 것"
"중진, 자문 역할까지…의사결정 옳지 않아"
이재명 '맞춤형' 비판에 "그것과 상관 없어"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24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여야 중진협의체’에 반발했다. 여야 간 협상이 진전이 되지 않아 물꼬를 트기 위한 취지로 구상됐지만, 친(親)이재명계 의원들은 정당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용민 의원을 비롯한 ‘친명’(親이재명계)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에 반하는 중진협의체는 토론장을 벗어나 밀실야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서엔 최강욱, 장경태, 양이원영, 황운하 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2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중진협의체는 대표를 직접 선출하고 그 대표가 의사를 결정한다는 대의민주주의에 맞지 않다”며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와 달리 중진협의체는 누구에게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며 아무런 근거 없이 중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어 “결국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은 기구가 중대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 자명하다”며 “이는 민주주의 정신과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진협의체를 운영할 경우 민주당이 권한을 하나도 행사하지 못한 채 정부의 책임만 나눠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무능한 정부를 견제하는데 힘 있는 야당이 필요하지, 정부의 들러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중진협의체의 법적 근거로 거론되는 국회 규정은 국회 운영위나 본회의 의결 없이 국회의장 결재만으로 확정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통치와 기시감이 든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중진들의 오랜 경험과 의견은 정책 결정이 아니라 조언을 하는 정도에 그쳐야한다”면서 “제대로 된 정치는 제대로 선출된 당 지도부가 제대로 정치 역할을 하면 된다”고 역설했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적으로는 4선 이상을 참석 대상으로 하되, 처음에는 여야 6명씩 5선 이상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거기에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필요 시 민생 현안을 다루는 상임위원장 등이 함께 참여해 토론할 수 있다”며 ‘여야 중진협의체’를 제안한바 있다.

김용민 의원은 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의사결정은 (중진 협의체가 아닌) 대표성을 띄는 원내 지도부 중심으로 하는 것이 맞다”며 “중진들은 자문의 역할을 해줄 수 는 있지만 거기서 그치는 거지 의사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피력했다. 양이원영 의원도 “당대표를 뽑고, 원내대표를 뽑는 이유가 있다. 권한을 위임했으면 거기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위한 집단 반발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앞서 곧 출범을 앞둔 ‘이재명 당 대표 지도부’의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이유로 친명계에서 반대를 표명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일었다.

‘이 후보가 중진협의체에 동의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묻자 양이 의원은 “그것과 상관 없다“며 ”지금 기본적 책임과 권한이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것을 만든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