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영 前국무총리 별세, 향년 89세.. 5공 외교·안보사 발자국
by이진철 기자
2019.10.22 10:55:06
외무장관·안기부장·국무총리 등 5공 요직
반기문 전 사무총장 멘토로도 잘 알려져
 | 故 노신영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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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노신영 전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평안남도 강서 태생으로 실향민인 노 전 총리는 서울대 법대 졸업 1년 전인 1953년 고시행정과에 합격, 1955년 외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고인은 주제네바대표부 대사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끈 신군부의 부름으로 발탁돼 외무장관(1980∼1982), 국가안전기획부장(1982~1985), 국무총리(1985~1987)를 역임했다. 신군부 멤버도 아니었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음에도 그는 전두환 정권 내내 중용되며 대한민국 외교·안보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외교관으로는 처음으로 외무장관에 올랐으며 장관 시절 1965년 한일협정 이후 최대 규모의 양국 간 경협협상을 맡아 1983년 40억 달러의 경협자금 협상을 타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안기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중국과 첫 공식 대화의 물꼬를 트게 한 중국 여객기 불시착 사건, 사할린 상공에서 발생한 소련기에 의한 대한항공기 격추사건, 아웅산 테러암살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은 18대 국무총리에 오르면서 제5공화국 국정의 최전선에서 섰다. 그러나 1987년 5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용퇴, 32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당시 여당이었던 민정당 고문을 지냈으며 1994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노 전 총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표적 멘토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인은 1973년대 초대 주인도대사로 부임하며 반 총장을 서기관으로 데려갔고 1985년 총리 취임 때는 미국 연수 중이던 그를 초고속 승진 시켜 총리실 의전비서관에 임명했다.
고인은 총 2년3개월간 총리직을 수행, 이명박정부의 김황식 국무총리(2010년 10월 1일∼2013년 2월 26일·2년 4개월) 이전까지 최장수 총리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의 사화관계망서비스(SNS)에 노 전 총리를 추모하며 올린 글에서 “고인이 외무장관과 국무총리로 일하셨던 기간에 저는 담당 기자였다”면서 “능력과 경륜의 공직자이셨다”고 회고했다.
노 전 총리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10년 전인 2009년 4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故) 김 여사와 슬하에 3남 2녀를 뒀다. 노 전 총리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장지는 대전현충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