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전 美 정부 대출 확정…한시름 놓은 K배터리

by공지유 기자
2024.12.20 14:19:37

SK온 이어 삼성SDI도 대출 지원 확정
"안정적 자금 운영 및 투자 가능해져"
공장 구축 속도·제품 다변화 '투트랙'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삼성SDI(006400),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한 미국 행정부 대출 승인을 최종 확정했다. 다음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친환경차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현지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면서 일단 한숨 돌린 분위기다.

삼성SDI 기흥 본사 전경 (사진=삼성SDI)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는 최근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배터리 합작법인(JV) 스타플러스에너지에 대한 75억4000만달러(약 10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을 확정했다. 이달 초 정책 지원을 발표한 뒤 약 2주 만에 최종 승인한 것이다.

앞서 DOE는 지난해 6월 SK온과 포드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에 대한 대출 계획을 발표했고, 1년 반 만인 지난 16일(현지시간) 약 14조원 규모의 정책자금 대출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이들에 대한 금융 지원은 DOE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라 이뤄졌다. ATVM은 자동차와 관련 부품 제조 사업에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2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25억달러(약 3조6000억원) 한도에서 대출 지원을 받았다.

배터리 업계는 연내 바이든 행정부에서 ATVM 승인 절차를 받기 위해 속도를 내왔다.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짓기 위해 드는 건설·설비 투자 비용이 조 단위가 넘어가는 만큼,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 수준의 저리로 투자 비용을 지원하는 ATVM은 대규모 투자 자금 조달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ATVM에 따른 지원을 받기 위한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 인수팀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 규모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는 등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지원 축소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켄터키주 ‘블루오벌 SK’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전경.(사진=SK온)
이같은 상황에서 SK온에 이어 삼성SDI에 대한 대출까지 확정되면서 업계에서는 일단 한시름 놓게 됐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상황에 대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터리 기업들은 대출을 받아 생산 능력을 강화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플러스에너지는 인디애나주 코코모에서 스텔란티스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할 방침이다.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면 연간 67만대의 차량에 공급하는 데 충분한 67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가 생산될 예정이다. 블루오벌SK의 미국 내 3개 공장은 내년까지 총 12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다.

이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공략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통해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자회사를 통해 미국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 7.5GWh 규모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에서 현지 생산 배터리에 대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국내 기업들에게 위기와 기회 요인이 모두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현지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