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금통위원 "자유무역 정신 쇠퇴…美 대선, 가속화"

by하상렬 기자
2024.06.28 14:04:19

세계경제硏·신한은행 국제금융컨퍼런스
"경제안보, 보호주의로 쇄퇴…패러다임 변화 빨라져"
"韓 대내적 문제, 인구감소·고령화로 잠재성장 감소"
스펜스 스탠퍼드대 교수 "주요국 선거…불확실성 견뎌야"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로 자유무역 정신이 쇠퇴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가 이같은 변화를 가속한다는 주장이다.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사진 왼쪽)이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신한은행이 ‘글로벌 지경학적 분열과 산업 대전환을 넘어: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허브, 서울의 비전’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서울 국제금융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하상렬 기자)
신 위원은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신한은행이 ‘글로벌 지경학적 분열과 산업 대전환을 넘어: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허브, 서울의 비전’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서울 국제금융컨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션 1’의 좌장(모더레이터)을 맡은 신 위원은 “대외적으로 자유무역 정신이 경제안보, 보호주의 같은 부분으로 많이 쇠퇴했다”며 “특히나 미 대선이 올해 예정됐기 때문에 이런 패러다임 변화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 서방세계와 러시아의 긴장 등 지장학적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경제블록화,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션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마이클 스펜스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최근 유럽 선거에서 우익정당과 민족주의 성향 정당들의 세력을 넓히고 있다”며 “미국도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선거 결과는 매우 불확실하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글로벌 경제·금융시스템 안보 체제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고 이같은 불확실성을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스펜스 미국 스탠퍼드대 석좌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신한은행이 공동 주최한 서울 국제금융컨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사진=하상렬 기자)
우리나라 경제의 대내적인 문제점도 지적됐다. 신 위원은 인구통계학적 문제를 가장 큰 리스크로 분석했다. 그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잠재적인 성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경제체제 자체가 유연하지 않다는 점과 정부의 이해단체 사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된 것도 문제”라고 했다.

신 위원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한국이 역내에서 글로벌 금융허브가 된다는 생각은 20년 전부터 있었지만, 진전이 더뎠다”며 “여러 변화가 일어나는 지금이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타이밍을 잘 인식한 것 같다”며 “그래서 기업 밸류업 프로젝트 같은 것을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저성장 시대일수록 정부는 세계 표준을 따라가야 한다”며 “법인세를 줄이고,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신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세션에서는 엔화 전망도 나왔다. 1990년대 일본 외환정책을 이끌며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차관은 앞으로 엔화가 강세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 상황을 봤을 때 6개월~1년 정도 뒤부터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1달러당 130~140엔 정도까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