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온다더니"…美 경제 떠받치는 버팀목은
by장영은 기자
2023.06.05 15:00:02
연준 고강도 긴축에도 美 소비·고용지표 견조
공급자 우위 고용시장에 임금 상승세 지속
펜데믹 기간 쌓인 초과저축 5000억달러에 달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에도 미 경제는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나온 경기 침체 전망이 무색하게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겁고, 소비 지표는 눈에 띄게 둔화하지 않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4일(현지시간) 연준의 긴축으로 올해 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공급자 우위 노동시장과 풍부한 초과 저축이 미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항공·숙박료 인상에도 미국인들의 여행 수요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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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이 지난 4월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50%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실제 미국 경제가 침체로 들어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WSJ은 짚었다.
미국인들은 여행, 콘서트, 외식과 같이 코로나19 대유행(펜데믹) 기간 하지 못했던 활동에 돈을 쓰고 있고, 기업들은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을 늘리고 있다.
인터넷 여행 예약 사이트인 프라이스라인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렛 켈러는 비행기표와 호텔 숙박비 상승에도 여행의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 놀랐다고 전했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5월 말 미국의 메모리얼데이(현충일) 연휴 기간 공항 이용객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의 수치를 넘어섰다.
팬데믹 기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풀었던 정부 지원금과 낮은 금리 대출이 미국인들의 소비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이 우려하는 인플레이션마저 임금 상승과 기업 이익 증가의 이유가 되면서 소비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공공정책 및 경제학 교수는 “우리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영리 연구기관이자 미국의 경기 침체를 공식 선언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각종 지표들도 건전하다고 말했다.
| 팬데믹 직후 침체됐던 미국 노동시장은 최근 2년 간 구직자보다 구인 수요가 많은 공급자 우위 시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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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회복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미국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기 때문이다. WSJ은 노동시장은 여전히 공급자(노동자) 우위인데다 임금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지급된 정부 지원금 등을 바탕으로 한 초과 저축도 풍부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노동부는 최근 발표한 고용 상황 보고서에서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33만9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9만개)를 큰 폭으로 웃돌았으며, 직전월(4월) 29만4000개보다 증가 폭이 늘었다. 또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보면, 지난달 미국 내 구인 건수는 1010만건으로 전달 대비 35만8000건이 늘었다. 지난 3월 975만건에서 1000만건대로 다시 진입한 것이다. 같은달 미국의 실업자 수는 570만명으로 집계됐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고용 환경은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5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대비 4.3% 상승하며 3~4월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5월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인들의 초과 저축 규모는 5000억달러(약 655조5500억원)로 추산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정부가 재정 지출을 단행했을 당시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다. 미국인들은 풍부한 저축을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에도 소비를 줄이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연준이 6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견조한 고용지표 등을 이유로 금리 인상 전망도 나온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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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와 인플레이션이 모두 생각만큼 둔화하지 않으면서 연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연준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1년여 만에 금리를 500bp(1bp=0.01%포인트) 끌어올렸다. 금리 동결을 점치는 측에선 연준이 잠시 금리 인상을 멈추고 가파른 금리 인상의 영향에 대해 평가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WSJ은 기준금리 인상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면서, 1분기 기업 투자 둔화와 평균 근로시간 감소가 금리 상승에 따라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징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고용시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이번달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과 25bp 올릴 가능성을 각각 8대 2 정도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