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①망해가던 닌텐도 구원한 '디지털 대전환'

by이윤화 기자
2020.09.28 11:00:00

지상 강의 : '디지털 대전환' 2강 '제조업의 디지털 대변혁'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접목
제조만 몰두하면 역사 뒤안길로…新비즈니스 모델 구축해야

산업 전 방위적으로 디지털 기술 기반의 혁신이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우리 일상과 사회를 넘어 기업의 변혁을 더욱 가속화 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대전환에서는 디지털이 어떻게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기업의 사업 전략에 영향을 주는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기업과 개인의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체계, 변화관리 방안을 다룬다.

25년간 기업의 사업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 혁신을 추진해온 사업 전략가. 디지털 기술 관련 도서를 50여권 집필한 저자이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요성과 추진 방안에 대해 설파하는 강사. ABCDI(AI, Block chain, Cloud, Data, IoT)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 혁신과 전략 전문가.

IT 전문가인 김지현 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디지털 대전환 : 제조업’ 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이윤화 기자] “닌텐도가 스마트폰 게임 앱 등장 이후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제조업 분야의 디지털 혁신에 성공한 덕분이다.”

IT 전문가인 김지현 강사는 일본의 게임기 회사 ‘닌텐도’의 재기 스토리를 시작으로 ‘위대한 생각 : 디지털 대전환’ 두 번째 강의를 열었다. 지난 1강에 이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대전환)에 대해 다뤘는데, 특히 제조업의 변화와 생존전략을 기업과 소비자, 산업 전반의 영역으로 세분화해 살펴봤다.

콘솔(단말기) 게임 제조업계에서 절대강자의 자리를 지키던 닌텐도는 앵그리버드, 클래시오브클랜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이 부상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16년까지 사업에 부침을 겪으며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이 없는 기업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2017년 3월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를 출시한 이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마리오 카드 8 디럭스’, ‘포켓몬’, 최근 출시한 ‘동물의 숲’까지 소프트웨어 게임의 흥행을 이끌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김 강사는 닌텐도 성공의 열쇠는 디지털 대전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닌텐도는 증강현실(AR)이라는 IT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구글의 자회사였던 나이언틱과 투자·기술협업을 맺고 온라인 게임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잇는 새로운 게임 영역을 만들었다”면서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해 닌텐도의 주가와 기업가치는 더욱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의 디지털 대전환 단계.
제조업 단계의 디지털 대변혁은 두 가지 방법으로 실현할 수 있다. 우선 제조업의 생산 기반시설인 공장을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로 변경해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하고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첫 번째다. 그래프에서 본다면 ‘x’ 축에 해당한다. ‘y’축에 속하는 제품 혁신은 공정 과정뿐만 아니라 제품 자체를 변화시켜 고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아디다스의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로봇, AI와 연계된 시스템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맞춤형, 실시간 자동생산이 가능하다. 수제화를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미국의 제조업체 GE는 전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를 구축했다. 구글과 협업해 AR 기술 기반의 ‘구글 글라스’를 만들었는데, 프레딕스 플랫폼이 적용된 스마트 팩토리에 구글 글라스를 끼고 들어가면 공장의 엔진 수리부터 생산 효율성 향상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진다.

독일의 지멘스는 스마트 팩토리와 에너지 분야 활용을 위한 분석 플랫폼인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를 개발했다. 공장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와 이상 증상 여부, 재고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한다. 공장을 실제로 바꾸지 않고도 새로운 상품을 만들거나 프로세스를 개설하는 등의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특장점이다.



이외에도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의 제품-서비스 통합시스템(Product-Service System, PSS), 아이다스의 스피드 팩토리, 엔비디아의 AI 플랫폼 등이 있다. 이는 모두 제조업체들이 IT 기술을 직접 개발해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하거나 IT 기업들과 협업해 디지털 전환을 꾀하려는 시도다.

제조업 전반의 디지털 대전환은 아직 과도기 단계다. 하나의 기업이 스마트 공장을 구축해 신제품을 출시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것에 성공한 곳은 아직 많지 않다. 김 강사는 “아디다스는 너무 많은 비용을 투자했거나 사업 포트폴리오 효율화 실패로 최근 스피드 팩토리 가동 중단을 선언했고, GE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는 디지털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Y축 혁신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꿔 안정화하는데 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시도의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향후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의 디지털 대전환 목적 구분.
김지현 강사는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에서 ‘사용자 입장의 발상 전환’이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제품을 고객의 관점에서 혁신해야 한다면 어떤 점을 개선·보완해야 할지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관의 안전모를 제조하는 미국의 ‘퀘이크 테크놀로지’는 인공지능 기반 증강 현실을 이용해 사물의 윤곽을 더 선명하게 처리해 소방관들을 돕기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 오른쪽 눈에 장착하는 소형 HUD 장비로 기존의 소방관용 마스크와 쉽게 통합할 수 있으며, AR·GPS 기반 서비스 등의 IT 기술을 접목해 연기에 갇혀 보지 못한 사물과 사람들을 정확히 볼 수 있고 소방대원들끼리 쉽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구현한 제품이다. 중앙 관제시스템에 모든 정보가 전송, 현장 소방관의 위치와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안전성도 높이고 빠른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

킨사의 스마트 온도계.
미국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킨사’ 온도계 역시 체온 데이터를 기록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냈다. 스마트폰과 연동한 온도계로 체온을 측정하면 정보가 스마트 폰으로 전송되고, 앱 내부 시스템에서 체온을 분석해 병원에 가야 할 지 응급 처치를 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알려준다. 킨사 온도계에 스마트폰 앱 소프트웨어와 UX, 블루투스 기반 데이터 전송 기술 등이 적용된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파이’가 만든 스마트 줄자 역시 촬영만으로 신체 치수를 정확히 알 수 있어 건강관리를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제조업의 디지털 변화 과정은 아디다스·GE 사례처럼 스마트 공장 등 시설 및 디지털 기술 변화→제품 적용·생산→사용자 인식 변화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퀘이크 테크놀로지, 킨사, 파이는 이런 순서를 따르지 않고 사용자 관점에서부터 가장 필요한 변화 지점을 찾아 디지털 변화를 꾀했다. 비용, 기술력 개발 등에 한계가 있고, 비즈니스 모델 변화의 효율화를 위해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는 대신 IT 기업과의 기술협업 등으로 비용을 최소화해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만들거나, 한 가지 기술과 제품에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디지털 변화는 전통 제조 기업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IT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제조업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구글이 ‘네스트’라는 IoT 기업을 인수해 AI 기반 디바이스를 생산하고, 소프트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테블릿 PC, 노트북부터 웨어러블 기기까지 만들어내기도 한다.

김 강사는 “제조는 이제 제조업체만의 영역이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다양한 영역의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사물인터넷 AI 등 디지털 기술이 필수인 시대에는 더 많은 성장 기회가 있지만 그에 맞는 기술과 역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