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민법상 '부모 징계권' 삭제 바람직…모든 형태 체벌 금지해야"

by박기주 기자
2020.09.09 12:00:00

"친권자 징계권 규정한 민법 제915조 삭제 바람직"
"아동학대 방지 위한 제도개선 촉진 효과 있을 것"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민법상 부모징계권 삭제’ 움직임에 대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인권위)
인권위는 국회와 법무부장관에게 ‘친권자의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고, 민법에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으로 규정하는 등 아동의 권리와 인권 보호 증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민법이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1958년 민법이 제정된 뒤 지금까지 유지돼 온 제915조는 부모 등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으로 훈육을 한다며 체벌을 가하는 행위가 아동학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아동 학대 가해자가 학대행위에 대한 법적 방어수단으로 사용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해당 조항의 삭제 논의는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제915조 징계권 규정 삭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네 건 발의된 상태다. 또한 법무부도 민법 제915조 삭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법률안을 마련해 지난달 입법예고했다. 일부 법률안에는 징계권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필요한 훈육’ 관련 규정을 신설하거나 체벌 금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인권위는 해당 법률안들에 대해 검토한 결과 아동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아동복지법 등 법률의 입법취지를 약화시키고, 아동 학대 사건에서 친권자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민법 제915조를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을 삭제하면 친권자의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관계법령과의 충돌문제를 해결하고 법률간 해석의 혼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한 법령 정비 및 제도개선을 촉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징계권을 삭제하는 대신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는 것에 대해선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인권위 관계자는 “긍정적 훈육은 반드시 법률로 규정해야 그 효력이 발생하는 권리이기 이전에 친권자로서 당연히 행사하거나 부담하는 권리이자 의무”라며 “민법 913조에서 이미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훈육’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사회통념상 허용 가능한 수준의 친권 행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아동에 대한 체벌금지를 명확히 하고 아동 학대 금지에 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민법에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인권위 관계자는 “최근 친권자에 의한 심각한 아동 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번 의견표명을 토대로 향후 민법이 아동의 권리와 인권 보호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