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땅값은 5년째 상승‥땅주인 세금 8% 더 낸다

by김동욱 기자
2014.02.20 14:07:38

△2014년 시·도별 공시지가 상승률
[이데일리 김동욱 장종원 기자] 올해 땅주인들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불황 속에서도 올해 과세기준이 되는 표준지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3.64% 올라 2009년 이후 5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평균 표준지 땅값 상승률(2.7%)은 물론 전국 땅값 상승률(1.14%)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전국의 50만 필지를 표준지로 지정해 감정평가사 평가를 거쳐 매년 2월 공시가격을 발표한다. 표준지 공시가격은 5월께 지방자치단체가 개별공시지가(전국 3158만 필지)를 산정하고 보유세 등 각종 세금을 매기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전국 평균 3.64% 올랐다. 2009년 1.4% 하락한 뒤 5년 연속 상승세다. 전반적으로 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세종·울산시 등 지방이 전체 평균 가격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정부가 지역간 공시가격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낮게 책정된 지역의 땅값을 조정한 것도 올해 표준지 공시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청사가 이전한 세종시의 땅값 상승률이 가장 두드러졌다. 세종시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18% 올라 전국 시·도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울산(9.71%)·경남(6.86%)·경북(6.62%)·전남(5.22%) 등도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울산의 경우 울산대교 건설 및 일산 재건축 사업 완공, 우정혁신도 개발 등에 따른 땅값 상승세가 반영됐다. 경남은 거제해양관광테마파크사업(거제)과 조선산업특구사업(고성)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전국 시·군·구에서 가장 땅값이 많이 상승한 지역은 울릉도·독도가 속한 경북 울릉군으로 26% 올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울릉도·독도의 입도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자체의 관광기반시설 증설 및 지속적인 토지 개량으로 올해 이 지역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주거시설이 있는 독도리 30-2가의 경우 ㎡당 땅값이 전년보다 45% 상승한 48만원으로 조사됐다. 전남 나주(19%), 경북 예천(17%), 경남 거제(11%), 부산 해운대(11%) 등도 땅값이 뛰었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뭉칫돈이 몰려 들고 있는 14개 혁신도시 지역(11%)도 상승세를 탔다.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총액의 70%를 차지하는 수도권은 3.11% 올랐고, 광역시(인천 제외)와 전국 시·군(수도권·광역시 제외)은 각각 4.77%와 5.33% 상승했다.

표준지 땅값은 3.6%가량 올랐지만 토지 보유자들이 내야 하는 세금 상승률은 이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헌 천지세무법인 세무사는 “올해 표준지 땅값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커지면서 토지 보유자들의 세 부담도 늘어나게 됐다”며 “특히 공시지가가 5억원을 넘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된 토지(일반 나대지) 소유자의 세 부담이 만만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토지는 건물이 딸려 있지 않은 종합합산 토지(나대지)와 건물이 딸려 있는 별도합산 토지(사업용 토지)로 구분된다. 종합합산 토지와 별도합산 토지의 공시지가가 각각 5억원과 80억원을 초과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함께 부과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재산세만 내면 된다.

종합합산 대상 토지인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162-143번지 179㎡ 주거 전용 토지는 지난해 공시지가가 4억9225만원에서 올해 5억1015만원으로 3.64% 올랐다. 이 토지는 지난해까지 5억원 미만이어서 재산세만 냈는데 올해는 5억원을 웃돌아 종합부동산세도 함께 납부해야 한다.

이 세무사에 따르면 이 토지 주인은 올해 재산세 153만원, 종부세 6만원을 합쳐 총 159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지난해 147만원보다 대략 12만원(8%) 늘어난 금액이다. 공시지가 상승률보다 대략 2배 정도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고가 토지 보유자일수록 세 부담은 더 커진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 17-6번지 330㎡ 상업용지는 올해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3.6% 오른 31억8656만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내야 할 세금은 총 3189만원으로 지난해(2779만원)보다 15%가량 늘어난다. 다만 재산세만 부과되는 5억원 미만의 토지 보유자는 세 부담이 크지 않다. 울산 울주군 웅촌면 146-8번지 461㎡ 주거용지는 올해 공시지가가 47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9.7% 올랐다. 올해 내야 할 재산세는 지난해(6만원)보다 8% 늘어난 6만5000원 수준이다.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은 서울 명동의 화장품 전문점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로 조사됐다. 10년 연속 1위다. 3.3㎡당 땅값은 2억5454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상승했다. 공시지가제도가 도입된 1989년부터 2004년까지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명동지점 부지가 최고가였으나, 지난 2005년부터 상권 변동 등으로 서울 중구 밀리오레 북측 인근의 충무로 1가가 최고가 필지로 올라섰다.

다음으로 땅값이 비싼 곳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명동지점 부지와 서울 중구 충무로2가 의료판매점 유니클로 부지로 3.3㎡당 2억4033만원이었다. 상위 10위까지는 모두 명동에 위치했다. 반면 전국에서 표준지 공시지가가 가장 낮은 곳은 경북 김천시 대항면 대성리 소재 임야로 3.3㎡당 462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