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헐린’에 역대급 직격탄 맞은 美 생나무 트리 농가

by김윤지 기자
2024.11.29 14:18:31

주요 생산지 노스캐롤라이나 농가, 헐린 피해
노동력 부족도 원인…올해 판매 시즌 짧아져
1년에 30㎝ 자라…5~6년 후 공급 부족 우려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크리스마스 트리 생나무 농가들이 올해 각종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뉴햄프셔주의 한 트리 농가.(사진=AFP)
노스캐롤라이나 재배자 협회의 부국장인 리 위커는 WSJ에 “올해는 노스캐롤라이나 농가에 가장 어려운 해”라면서 “헐린으로 인한 피해가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북미에서 오리건 다음으로 큰 크리스마스 트리용 생나무 생산지다. 인기 크리스마스 트리 품종인 프레이저 전나무 4개 중 1개는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에서 생산된다. 지난 9월 대형 허리케인 헐린은 노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미 남동부 일대를 휩쓸며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헐린에 앞서 크리스마스 트리 농가는 뿌리썩음병, 노동력 부족, 외국 시장과의 경쟁, 인플레이션 등과 싸우고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올해 추수감사절 연휴가 늦어지면서 판매 시즌이 평소 보다 짧아진 것도 농가를 압박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통상 추수감사절 다음날 크리스마스 트리용 생나무가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헐린은 향후 몇 년 동안 크리스마스 트리용 생나무 산업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프레이저 전나무가 제대로 크기까지 약 10년이 걸리며, 1년에 약 1피트(약 30.48㎝)가 자라기 때문이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많은 나무들이 성장 단계에 있던 나무들로 향후 5~6년 후의 공급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력 부족도 농가를 압박하는 문제 중 하나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임시 농업노동 근로자 비자(H-2A)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조달하는데, 관련 규정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불법 이민자에 강경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합법 이민자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농가는 우려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소비 습관도 달라지고 있다. 업계는 연휴 시즌 생나무 트리를 장식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조립이 간편하고 실제처럼 보이는 중국산 인공 트리와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에서 벌목되는 크리스마스 트리용 생나무의 수는 2002년 이후 30%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미국 인구는 16% 증가했다.

미국에서 생나무 크리스마스 트리는 단순한 장식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예컨대 백악관은 1923년 캘빈 쿨리지 당시 대통령이 시작한 이후 매년 내셔널 크리스마스 트리의 점등 행사를 진행하며, 이중 상당수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벌목된 프레이저 전나무로 선정됐다.

올해도 노스캐롤라이나주 뉴랜드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농가에서 자란 프레이저 전나무가 백악관 트리로 선정됐다. 지역 재배자들은 올해 이런 영예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회복력과 희망의 상징이라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