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만류에도 레바논 선넘은 이스라엘, 중동 확전 우려 확산

by김윤지 기자
2024.10.01 17:18:32

이스라엘 "헤즈볼라 겨냥 제한된 지상전"
헤즈볼라 무인기로 반격…이 "일부 요격"
사상자 쏟아지는 레바논 "역사상 가장 위험"
美 영향력 제한적 지적도…유가는 안정적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자국 북부와 맞닿은 레바논 국경을 넘어 사실상 18년 만에 레바논과 제한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 이는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것으로, 이스라엘과 반(反)이스라엘 세력 간 중동 전쟁이 확전될 것이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새벽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 위치한 헤즈볼라의 군사 목표물과 인프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 작전을 몇 시간 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공군과 포병대가 지상군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지역 사회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한 마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제한적인 지상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국경에 접한 자국 북부 지역 일부를 군사제한구역으로 선포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위성 사진 등을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주말 동안 최소 120대의 장갑차와 탱크, 보병 전투 차량 등을 국경 근처로 이동시켰다.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 개시 이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 지역인 메툴라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을 겨냥해 포격을 가했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헤즈볼라도 반격에 나섰다. 실제 이날 이스라엘군은 자국 일부 지역에서 경보가 발동했다면서 방공 시스템이 레바논에서 건너온 발사체와 무인기 등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엔 헤즈볼라는 텔아비브에 위치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와 이스라엘 외곽에 있는 글릴롯 군사 기지에 있는 비밀 정보 부대인 8200부대 본부를 향해 파디-4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24일에도 모사드 본부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이스라엘군의 방공망에 요격됐다.

지난달 23일 ‘북쪽의 화살’ 작전을 선언한 이스라엘은 수도 베이루트 공습 등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지난 27일엔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제거됐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비롯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친이란 무장세력들을 차례로 폭격하는 등 공습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이스라엘이 중동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헤즈볼라 또한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스랄라 폭사 이후 헤즈볼라의 최고위급 지도자인 나임 카셈은 지난달 30일 연설에서 “우리는 전투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결정한다면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에선 사상자와 피란민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레바논에서 전쟁 위험 고조에 수십만명의 주민이 수도 베이루트를 향해 떠나고 있다고 현지 당국을 인용해 전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레바논 전역에서 1000명 이상이 숨졌으며, 레바논 인구의 5분의 1인 100만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 이날 나집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레바논 역사상 가장 위험한 단계 중 하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상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란의 대응 억제 차원에서 수천 명의 미군을 중동 지역에 파병하기로 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의 역내 주둔 기간도 연장하기로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이와 관련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협의했다”면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감행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 작전와 관련해 WP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주말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 간 작전 범위에 대한 논의 끝에 진행됐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미국과 대화를 통해 작전의 범위와 규모를 축소했으며 이번 작전의 목표는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와 무기 저장고를 파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제한적인 작전’으로 시작된 이번 지상전이 확대되거나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스라엘과 이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WP는 지난 1년 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움직임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면서 이스라엘이 지난 7월 이란 테헤란에서 무장단체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했을 때 휴전을 추진하던 백악관 관리들은 격분했다고 짚었다. 미국의 휴전을 촉구에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전쟁 확대로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엔 미국과 프랑스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에 3주 동안의 휴전안을 제안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바로 다음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헤즈볼라를 온 힘을 다해 공격하겠다고 말해 국제 사회의 중재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미국 내 당국자들의 입장도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당국자들이 지난 주말 동안 이스라엘에 레바논 공습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로인해 이란이 개입하고 헤즈볼라에 대한 레바논 내 지지가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당국자들은 지도부 대다수가 제거된 헤즈볼라에 결정타를 날리고자 하는 이스라엘의 생각에 동조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한편, 글로벌 수요 성장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 아래 추가 공급 전망이 중동 분쟁 격화 우려를 상쇄하면서 국제 유가는 안정세를 보였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 당 68.22달러로 0.07% 올랐고 브렌트유 선물은 71.78달러로 0.11%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