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황제 "고통 속 S&P 3000선 붕괴"…바닥 안 보인다(종합)
by김정남 기자
2022.10.11 11:24:28
바닥이 안 보이는 뉴욕증시 하락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미 침체, 얼마나 갈지 예측 어렵다"
"변동성 커져…S&P 20% 추가 하락"
나스닥, 이미 2년여래 최저치 폭락
미 빅테크주 대거 산 서학개미 우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앞으로 20% 더 빠질 수 있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자사의 테크스타스 컨퍼런스에서 CNBC와 만나 “매우 심각한 역풍들이 겹치면 내년 중반까지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모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뉴욕 증시가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와중에 추가 경고를 날린 것이다.
|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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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먼 회장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다이먼 회장은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 상승의 충격파 △예상보다 높은 기준금리 인상 △잘 알려지지 않는 양적완화(QE)의 영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악재들을 거론하면서 “이것들은 미국과 세계를 압박할 것 같은 매우, 매우 심각한 문제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며 “미국도 앞으로 6~9개월 후 침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 경제는 현재 여전히 잘 나가고 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해 소비자들은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추후 미국 경제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 전반이 침체에 진입했거나, 진입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미국도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이먼 회장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얼마나 지속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단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침체는 매우 부드러울 수도 있고 상당히 강할 수도 있다”며 “많은 부분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침체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다이먼 회장은 올해 고물가 국면에서 종종 묵직한 경고를 날려 왔다. 그는 지난 6월 초 당시 한 컨퍼런스에서 “경제 허리케인(hurricane)이 올 수 있다”며 “그 허리케인은 규모가 작은 것일지, 아니면 샌디와 같은 초대형 폭풍일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는데, 이번에는 그 수위를 더 높였다.
그가 예측한 침체발(發) S&P 지수 20% 추가 하락은 곧 3000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대형주 중심의 S&P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5% 내린 3612.39에 마감했다. 연중 최저치(3585.62)에 가까워졌다. 여기서 20%가 빠지면 2900을 밑도는 수준이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볼 수 없었던 레벨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역대급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이먼 회장은 그러면서 “다음 20% 폭락은 처음(올해 들어 하락한 정도인) 20%보다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S&P 지수는 이미 올해 들어 24.69% 떨어졌다.
S&P 지수뿐만 아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이날 1.04% 내린 1만542.10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7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낮다고 CNBC는 전했다. 나스닥 지수와 S&P 지수의 폭락세는 초대형 빅테크에 대거 투자하고 있는 서학개미들의 수익률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다이먼 회장은 특히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해서는 “연준은 (긴축 정책으로 가기까지)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비판했다.
다이먼 회장뿐만 아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거물인 폴 튜더 존스 튜더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침체에 근접했거나, 이미 침체의 한가운데 있다”며 “침체로 간다면 다양한 자산에 정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87년 증시 붕괴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은 월가 거물이다.
존스 회장은 또 큰 폭의 임금 인상 추세를 들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치약과 비슷한데, 일단 튜브에서 꺼내면 다시 넣기 어렵다”며 “연준은 입에서 치약 맛을 씻어내려고 너무 맹렬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연준에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파탄 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초강경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디플레이션 위험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져 있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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