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태선 기자
2016.09.23 14:55:01
닛산, BMW, 포르쉐, 피아트 등 접대업체 차량도 조사
청렴도 꼴지 기관, 재발 방지 대책도 미흡
연구사 5명 뿐, 인력보강과 지위개선도 시급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산하기관 공무원이 수입차 업체로부터 접대와 금품 등을 받고 차량을 다수 인증해 준 사실이 드러나자 환경부가 수입차 업체 인증 차량에 대해 전면 재조사에 착수했다.
2009년부터 작년 5월까지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수입 자동차 배출가스와 소음 등 ‘환경인증’을 담당했던 황모 연구사는 작년 기업들로부터 접대와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올해 2월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2년, 벌금 및 추징금 각각 1500만원 가량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번에 신보라 의원(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 교통환경연구소로부터 해당 연구사의 재직 당시 인증 기록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그가 재직 당시 폭스바겐 성적서 위조, 임의설정 문제 차량을 다수 인증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황모 연구사가 인증했던 폭스바겐의 성적서 위조, 임의설정 문제 차량 관련 기록은 총 60건이다. 성적서 위조 차량 건수가 38건이고, 임의설정 문제 차량 건수가 22건이다. 이는 폭스바겐 문제차량 인증 건 전체(134 건) 대비 45%로 상당한 규모다.
환경부는 해당 연구사가 수입차 인증을 담당하던 시절 2013년부터 현재까지 인증 차량에 초점을 맞춰 재조사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황모 연구사에게 술과 금품, 성접대를 했던 닛산, BMW, 포르쉐, 피아트 등 다른 업체의 인증 차량도 포함됐다.
또 다른 연구사는 작년 부친상 당시 자동차 업체로부터 100만원 가량의 뇌물성 조의금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중앙징계위원회에서 견책 처분을 받았다. 수입차 인증라인의 청탁비리가 개인 일탈 수준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작년 환경부 소속기관 반부패·청렴도 평가에서 꼴지를 기록했고, 올해 3월부터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업무 관리 개선 세부추진 방안’을 실행 중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형식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불편사항 개선과 청렴도 제고를 위해 연간 2회 민원인 대상 정기회의를 열겠다는 조항은 규정이나 정책이 바뀌면 기존에 연간 1~2회 정도 개최했던 것. 또 연구소 내부에서 인증담당자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겠단 대책 역시 이전에 2년마다 보직순환이 이뤄졌던 부분이다.
신 의원은 “현재 교통환경연구소 연구사는 5명뿐이고 이 중에서도 수입차 인증업무를 담당하는 연구사는 단 2명으로 기업과 유착 가능성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인증 연구사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고 수입차 인증의 투명성과 권위를 높이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