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파산' 박성철 신원 회장, 빼돌린 재산 교회 짓는데 써

by전재욱 기자
2016.05.20 14:06:11

항소심서도 징역 6년, 벌금 50억원 선고
차남 박정빈 부회장도 징역 2년6월 받아
박 회장 "내가 10년이라도 살테니 아들은 풀어달라" 호소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법원을 속이고 채무 250억 원을 탕감받은 박성철(76) 신원 그룹 회장과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차남 박정빈(43) 부회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정선재)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회장에게 1심처럼 징역 6년에 벌금 50억 원을 선고했다. 횡령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 회장의 차남 박 부회장은 박 회장의 선처 호소에도 불구, 1심보다 감형됐으나 징역 2년6월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파산제도는 채무자에게 제2의 기회를 주는 대신 채권자의 희생이 따르고 법원의 조사는 한계가 있어서 채무자의 충실한 파산신고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회사 경영권을 지키려고 거액의 차명재산을 숨기고 허위로 파산·회생을 신청해 제도를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원 그룹이 재기하는 데는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과 채권자의 희생으로 부채를 감면받은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며 “드러난 차명재산만 최대 500억 원이고 피고인이 면제받은 채무는 250억여 원이라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도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선의의 제도를 악용하고 내용과 피해액 측면에서 선례가 없을 정도로 제도의 신뢰도에 큰 충격을 줬다”며 “그럼에도 수사 중에 허위 진술을 부추기고 증거은닉을 방조하며 채권 추심을 방해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아 엄하게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차남 박 부회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개인 재산을 증식할 목적으로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했고 이전에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것을 만회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횡령은 본인이 회사의 후계자라는 지위 덕에 가능했던 범죄”라며 “피해를 모두 회복했지만 실형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선고 직후 발언기회를 얻어서 “아들은 내보내 달라. 내가 10년이라도 살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차명자산은 주로 교회를 짓는 자금으로 사용했다며 “교회 하나를 짓는 것이 파출소를 짓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07년~2011년 차명재산을 숨기고 개인파산·회생 절차를 밟아 250억 원이 넘는 채무를 탕감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 회장은 당시 급여밖에 재산이 없다고 했으나 조사 결과 400억 원이 넘는 주식과 채권 등 차명자산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은 차명자산으로 주식거래를 하며 얻은 이익에 대한 세금 25억 원을 탈세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부회장은 2010년~2012년 회삿돈 78억 원을 횡령해서 주식투자에 쓴 혐의로 기소됐다. 박 부회장은 불구속 기소된 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으로 석방됐다가 이날 판결로 다시 구치소에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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