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銀 경기대응완충자본 당분간 0%로 유지해야"
by최정희 기자
2016.02.26 14:00:00
경기대응완충자본 세미나 개최
"자본 규제 시행국 거의 없고, 은행 부담은 너무 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첫 도입된 은행의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당분간 0%로 유지해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주장이 나왔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바젤Ⅲ 자본규제의 일환으로 신용팽창 등 금융시스템 불안이 우려되는 시기에 금융당국이 은행 및 지주사에 최대 2.5%까지 부과할 수 있는 제도로 금융위원회가 올해부터 매 분기마다 그 수치를 정하도록 돼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경기대응완충자본 규제를 실제 시행하고 있는 국가가 적은 데다 국내 은행들이 2019년까지 자본보전완충자본(2.5%) 등을 보통주 자본으로 쌓아야 하는 상황이라 자본 확충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단 입장이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 부과될 경우 이 역시 이익잉여금 등의 보통주 자본으로 쌓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 일부에선 너무 빨리 바젤Ⅲ를 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대응완충자본 세미나’에 참석해 “해외 대부분의 나라가 아직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부과하지 않고 있는 데다 국내 은행(은행 지주)의 추가 자본확충 부담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경기대응완충자본을 0% 수준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 세미나를 바탕으로 내달 경기대응완충자본 규제비율을 정할 예정이다.
임 연구위원이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회원국 26개국 중 우리나라를 비롯한 22개국에서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실제 적립의무를 부과한 나라는 홍콩(0.625%)과 스웨덴(1.0%)에 불과하다. 2019년까지는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이행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데다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선 현 시점이 자본을 더 적립해야 하는 시점인지, 완화해야 하는 시점인지를 판단하는 객관적인 지표를 선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단 주장이다.
통상 과도한 신용증가는 시간에 걸쳐 누적적으로 발생해 민간부채 상황, 부동산 가격거품 여부 등을 토대로 판단해 자본 적립을 강화하는 반면, 위기가 발생해 자본 적립을 풀어야 할 때는 은행 자금조달 상황 등을 통해 신속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임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임 연구위원은 “경기대응완충자본 운용 관련 시스템리스크의 생성, 전개, 소멸 등을 사전에 식별할 수 있는 적립 판단 지표 선정에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각국 감독당국은 (섣불리 시행하기 보다) 운용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 자본 규제를 하지 않았더라도 해외 감독당국이 자본 규제를 할 경우 해당국에 진출한 은행 지점은 자본 적립 의무를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돼야 한다.
두 번째는 바젤Ⅲ 도입으로 경기대응완충자본 외에 쌓아야 할 자본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은행의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지고 있단 점이다. 은행들은 보통주자본비율로 2015년엔 4.5%까지만 쌓으면 됐지만, 2019년엔 자본보전완충자본(2.5%), 경기대응완충자본(0~2.5%)으로 7~9.5%까지 보통주자본비율을 늘려야 한다. 여기에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의 주요 은행들과 KB금융·신한금융·KEB하나금융·NH농협금융 등의 은행 지주사들은 시스템적 중요은행(D-SIBs)으로 분류돼 1.0%를 추가로 쌓아야 한다. 보통주자본비율만 최대 10.5%(올해 기준 5.375%, 경기대응완충자본 제외)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대다수 은행들은 지난해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이 10.5%를 넘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8.5%에 불과하다.
임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행지주)의 총 자본비율은 지난해 9월말 현재 13.99%(13.68%)로 규제 자본비율(8.875%)를 상회하고 있어 양호한 수준이지만 향후 대외여건 악화 및 수익성 부진 등으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라도 0%로 유지해 부담감을 줄일 필요가 있단 얘기다.
바젤Ⅲ를 너무 빨리 도입했단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대응완충자본 등은 해외에서 실제로 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데 우리나라만 너무 빨리 도입한 것 같다”며 “자본 확충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