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뉴시스 기자
2014.04.28 14:39:33
【진도=뉴시스】 “사고해역에서 수색작업하다 인터뷰때문에 급히 들어온 겁니다.”
세월호 침몰 13일째인 28일 오전 11시 진도 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위치한 서망항 선착장에는 사고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구조활동을 벌였다는 해경123호 경비정 소속 해경 4명의 증언을 듣기 위해 60~70명의 기자들이 진을 쳤다.
오전 10시께 해경측이 사고해역서 첫 구조작업을 펼친 해경 대원들의 인터뷰를 마련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팽목항에 알려지면서 기자들은 장대비를 뚫고 서망항으로 몰려왔다.
사고 직후 긴박한 상황을 그대로 지켜본 목격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고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내용은 해경들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해경측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강조할 뿐이었다.
특히 세월호측과 교신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재교신을 시도하지 않은 채 주변에 있던 민간 어선에만 구조작업 참여를 독려한 것을 문제삼는 기자들에게는 “긴박한 상황이었다”는 해명을 반복했다.
사고해역에 도달할 때까지 침몰 상황을 숙지하지 못한 채 무조건 배를 몰아 사고해역에 도달했다는 의미의 답변에 기자들 사이에서 질책성 질의가 잇따랐지만 인터뷰 시간은 15분을 넘지 못했다.
해경측은 짧은 인터뷰 시간을 지적하는 기자들에게 “사고해역에서 수색작업을 하다 급히 들어온 것”이라며 추가질문을 막았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는 여러모로 해경측의 의도된 연출이란 볼멘소리가 기자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우선 인터뷰가 진행된 장소가 육지가 아닌 선착장이었다. 부두와 연결된 10평 남짓한 선착장은 파도에 쉽게 흔들렸고, 비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린 탓에 일부 기자는 떠밀려 선착장 밖 바다에 떨어질 뻔하기도 했다.
해경 123호에서 곧바로 선착장에 내려 인터뷰를 진행한 선장 김모 정장을 비롯해 4명의 모습은 연출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모두 두툼한 붉은 색의 구명조끼를 입은 채였다. 심지어 1명은 도끼와 망치를 양손에 들고 인터뷰에 응했다.
해경측은 선체에 유일하게 진입해 구조활동을 벌인 이모 경사에게 창문을 깨다 다친 팔뚝까지 보여주도록 해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이 모습은 고스란히 생중계 됐다.
하지만 실종자 구조작업을 벌이다 짬을 내 회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해경들의 구두 표면은 하나 같이 번쩍번쩍 광이 났다.
사고해역에서 거친 풍랑을 뚫고 구조작업을 벌이다 왔다는 이들의 반들반들한 구두, 거기에 도끼와 망치까지. 사고초기 초동대응에 실패해 연일 질타를 받고 있는 해경이 ‘보여주기’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123호가 침몰 당시에 촬영한 구조영상을 사고 13일째인 이날 오전에서야 뒤늦게 공개한 것을 두고 검찰도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책임자인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증거로 확보된 자료를 공판 전에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차장검사는 ‘해경으로부터 구조영상을 공개하겠다는 협조 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보고 받은 바 없고, 합수부가 뒤늦게 공개했다는 표현도 맞지 않다”며 해경이 독단적으로 공개했음을 비판했다.
‘해경의 초동대응이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속에서 나온 이날 구조영상 공개와 언론 인터뷰는 ‘국면전환용’이라는 또 다른 비판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