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현대오일뱅크 인수 선언 왜?

by정재웅 기자
2008.03.25 16:23:03

사업다각화를 위한 포석..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설비 등에도 참여 가능
전문가들 "현대오일뱅크 인수해도 현대건설 인수 자금여력 충분"
"현대오일뱅크 인수효과 의문" 지적도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현대중공업이 25일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인 아랍에미레이트의 투자회사 IPIC가 가지고 있는 지분 전량을 매입키로 한 것.

현재 현대중공업(009540)은 현대오일뱅크의 주식 19.87%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아울러 IPIC가 지닌 지분에 대해서도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IPIC의 지분 전량을 매입키로 한 것도 이같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이유에 대해 현대중공업측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특별한 의미는 없고 다만 2대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것일 뿐"이라며 "IPIC측이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키로 결정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로서는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나 가치 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현대오일뱅크 인수는 현대중공업이 기존의 지분에 IPIC의 지분 전량을 인수해 향후 사업 다각화 등을 꾀함에 있어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의 화주가 될 수 있어 향후 이점이 있다"며 "아울러 현대오일뱅크가 향후 고도화 설비 등을 건설할 때 현대중공업이 참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근호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도 "현재로서는 큰 시너지 효과가 없어 보이지만 현대중공업이 조선쪽에만 치중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석유·에너지 부문 등에 대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상태"라며 "이번 인수는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현재 현대건설(000720) 인수의 유력한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아직 현대오일뱅크 인수자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건으로 현대건설 인수 자금여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자금이 부족하다면 예전 한라 인수때와 마찬가지로 KCC(002380)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범현대家가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이같은 자금부족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라고 대답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팀장은 "현대중공업의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여력은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다고해도 충분한 상태"라며 "돈이 없어서 인수하지 못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수방법에 대해 그는 "설사 자금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금호아시아나나 두산의 경우도 많은 자금을 가지지 않고도 전략적 제휴를 통해 큰 회사들을 인수 했다"면서 "현대중공업이 전략적 제휴에 나선다면 함께 하겠다는 회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연구위원도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인수함에 있어 자금의 문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대중공업 산하의 현대미포조선이나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 등까지 고려한다면 인수할 수 있는 자금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장의 분위기에도 불구,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대해 아직 가격 등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지 여부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다고 해도 큰 시너지 효과가 없다"며 "IPIC와 어떤 옵션계약을 했는지 인수금액은 어느 정도 인지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전 연구원도 "일부 이점은 있겠지만 그것이 과연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스럽다"며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면 예전의 한라 인수때 처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이마저도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