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우 기자
2001.09.18 19:49:37
[edaily] 미국 테러사건의 여파가 진정되는 듯 하며 인터넷주들이 강세로 반등한 18일 옥션(43790)은 오히려 하락세로 마감했다.장중에 이른바 "카드깡"이라는 악재를 맞았기 때문.
국내 최대의 카드업체인 BC카드는 최근 옥션의 카드깡 매출과 관련, 옥션의 자료제출 등 조치가 없을 경우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극단적인 방법"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션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이트내 "카드깡"의 70%를 근절했다고 발표했으나 BC카드의 이같은 강경방침이 알려지면서 옥션의 "카드깡" 문제는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셈.
카드깡이란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매한 것처럼 위장한 후 카드깡 업자에게 특정액만큼을 수수료를 주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받는 행위로 카드를 통해 현금을 조달할 때 흔히 사용된다.
사건의 당사자인 BC카드측은 "가맹점 해지라는 해석은 좀 와전된 것"이라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약관에 따라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은 관행적으로 덧붙이던 상투적 문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옥션 측에 몇가지 자료를 요구하긴 했지만 알려진 것처럼 오는 20일에 가맹점 해지와 같은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
옥션 측도 "비슷한 공문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BC카드 측과 원만하게 협의가 되고 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옥션 측은 "이번에 새롭게 문제가 된 8월의 카드깡도 사실은 그 이전에 벌어진 사건이며 9월부터는 카드깡 근절을 위한 대책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어 앞으로 카드깡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8월에 적발된 카드깡으로 인해 모 카드사가 10억원의 지급보류를 통보하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지급 보류됐던 금액 일부가 입금된 것이 있어서 총 지급보류금액은 41억원 대로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양측의 설명대로라면 곧 원만하게 해결될 문제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무엇이 또 문제일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카드사들이 지급하지 않은 약 40억원 정도가 옥션의 2001년 제무제표에 손실로 반영될 경우 옥션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올해 옥션의 예상 당기순이익을 모두 까먹게 된다는 뜻이다. 또 앞으로 얼마나 더 카드깡 사건이 적발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BC카드 측의 설명은 좀 다르다. BC카드는 "옥션이 카드사가 요청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서 실행한다면 지급 보류된 금액은 전액 옥션 측에 입금할 것"이라고 밝혔다. 8월에 적발된 카드깡에 대해 추가로 지급보류한 것도 카드사측 손실분에 대한 배상 요구 측면이라기 보다는 재발방지를 위한 압력의 의미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옥션 측도 카드사들의 재발방지 주문에 대해서는 기꺼이 응하겠다는 입장. 문제는 카드사측이 제출을 요구하는 "옥션의 카드 매출관련 자료"다. 이 자료는 옥션의 A라는 회원이 그동안 카드로 언제 얼마를 결제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자료다.
BC카드 측은 "옥션에서 구매가 이뤄지더라도 이니시스 등 온라인 카드결제 전문업체의 이름으로 결제되어 정확한 내역을 알기 어렵고 그동안 자사 카드가 옥션에서 얼마나 카드깡으로 악용됐는지 알고자 하는 것은 피해사의 당연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옥션 측은 "개인들의 구매관련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며 거부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옥션의 "무성의"와 "비협조"를 성토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옥션의 고민은 다른 데 있다. 모 카드사의 관계자는 "옥션이 그 자료를 주기 어려운 것은 그 자료가 공개될 경우 옥션의 카드깡 규모가 모두 드러나게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옥션 측은 카드깡 사건 후에도 자사 매출 중 카드깡 관련 비율을 기술적 이유를 들며 공개하지 않았었다.
즉 옥션으로선 카드사들이 원하는 자료를 주고 미지급액을 받자니 더 큰 악재가 터질 수 있고 반면 자료를 안주고 버티자니 현금 수십억원이 묶이거나 사라질 "진퇴양난"에 처한 것이다. 게다가 카드사들이 단순히 재발방지만을 요구하더라도 카드깡 근절 이후 옥션의 매출은 기존 카드깡 관련 매출만큼 줄어들 것이고 이는 훨씬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데 옥션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세종증권 채준식 연구원은 "그동안 옥션의 가치를 높게 본 근거는 옥션이 발표한 매출증가수치를 액면 그대로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이 수치에 거품이 들어있다면 옥션의 기업가치는 물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이 다시 수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익에 비해 옥션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은 "옥션의 매출 성장으로 미뤄볼 때 한국의 온라인 경매시장이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추론 때문이었는데 그 기반이 허수이거나 거품이었다면 "옥션의 모델은 한국에서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K 증권의 한 연구원은 "카드깡 문제는 온라인 상거래가 성장하면서 언젠가는 터질 문제이므로 단지 옥션이 먼저 매를 맞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문제는 카드깡 매출부분이 예상외로 클 경우 옥션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한계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옥션이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 고마진 저비용 구조인 "개인간 경매"라는 점이었는데 그것이 모두 거품이었다면 옥션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는 설명이다.
D증권의 한 연구원도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상호 담합에 의한 카드깡을 막을 방법은 없는 만큼 옥션의 매출 감소 폭은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옥션이 계속 불투명한 경영을 지속할 경우 나중에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옥션의 카드깡과 관련한 매출 비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옥션 자신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옥션이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 갈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