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금지법, 시대 역행..기업 경쟁력 약화”

by박민 기자
2023.08.17 14:31:49

경총·중기중앙회 토론회서 성토
이동근 부회장 “근로자 창의성 훼손“
정윤모 부회장 “노사 분쟁 확산”

[이데일리 박민 기자] 정부와 국회, 노동계를 중심으로 포괄임금계약에 대한 논의가 격화되는 가운데 경영계는 포괄임금계약을 법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괄임금계약의 유용성과 제한의 문제’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괄임금계약의 유용성과 제한의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포괄임금제란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연장·야간·휴일 수당을 미리 정해놓고 매월 급여와 함께 지급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하면 기업이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비용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해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 등은 이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노동계도 이 제도가 장시간 노동과 ‘공짜 야근’을 유발한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포괄임금제도가 폐지되면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근태관리가 엄격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산업현장에서는 시간의 길이보다는 창의성이 생산성을 높이는 업무가 증가하고 있는데, 보상의 기준을 단순히 근로시간의 양에 맞추는 방식을 강제하면 근로자의 창의성을 훼손하고 기업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포괄임금제를 금지하고 사용자에게 근로시간 측정·기록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들이 발의된 것과 관련해 “사용자의 지휘 감독하에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범위를 두고 산업현장에서는 많은 논란이 발생될 것”이라며 “산업현장의 우려가 크다”고 역설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도 포괄임금계약이 전면 금지될 경우 임금총액 감소와 이에 따른 노사 분쟁 확산, 일부 근로자의 불필요한 초과근로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포괄임금이 오남용되는 영역과 사업 특성에 맞게 사용 중인 영역을 구분하는 한편 임금체계 개편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황용연(왼쪽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이지영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정책과장, 정명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훈 대한광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상희 한국공학대 지식융합학부 교수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경총)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패널들도 포괄임금제도의 현실적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포괄임금제는 근로자는 임금 변동성이라는 위험을 피하고 기업은 비용 예측을 용이하게 하는 등 노사 모두에게 바람직한 제도”라며 “모든 기업에게 포괄임금제를 채택하도록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포괄임금제를 전면 금지시키는 방안 역시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근로시간 기록·관리와 관련해 “임금은 근로시간에 비례한다는 노동법의 원칙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의 질이 일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며 “기록·관리되는 근로시간이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이라면 결국 근로시간 산정에서 흡연, 커피타임, 카톡, 인스타 등 근로시간의 질을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권 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행법상 임금산정 방식에 대한 별도의 규제는 없고, 당사자 간 계약자유의 영역”이라며, “포괄임금계약은 경직적인 근로기준법제하에서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메워 노사 간 갈등을 완화하는 기능을 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훈 이사장은 “포괄임금계약 문제는 오남용으로 임금을 덜 받는 근로자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며 “포괄임금계약 유효 여부는 근로시간 관리의 기술적 가능 여부보다는 사업장의 특성과 노사합의가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