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용절벽, 청년·여성·임시일용직부터 떠밀렸다

by조해영 기자
2020.05.13 10:50:52

지난달 취업자 수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 감소
취약계층 타격…임시근로자 30년만 최대 감소
홍남기 "코로나 대책 최대한 신속히 집행"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용절벽이 더 높아지고 골은 깊어졌다. 구직활동이 끊기며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한 가운데, 청년과 여성, 임시·일용직 등 취업과 실업의 경계에 있던 이들이 가장 먼저 그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축으로 실업자가 늘면서 지난달 1조원에 달하는 실업급여가 고용보험기금에서 빠져나갔다. 고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4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9천933억원으로, 작년 동월보다 2천551억원(34.6%) 급증했다. 한 달 구직급여 지급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구직급여는 정부가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에게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수당으로, 실업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신청, 취업지원 등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월 고용동향(전년 동월비)’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47만6000명 감소한 2656만2000명이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지난 19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최대 감소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1.4%포인트 하락한 59.4%로 4월 기준으로 2010년(59.2%)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고용시장이 외환위기 당시와 맞먹을 정도로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신규 채용이 줄면서 고용시장 활력 자체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경제활동인구는 55만명 감소한 반면, 비경제활동인구는 83만1000명 늘었다. 이들 증감 폭은 통계 비교가 가능한 지난 2000년 6월 이후 각각 최대 수준이다. 실업자가 7만3000명 줄고 실업률도 0.2%포인트 하락했지만 이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옮겨간 탓에 지표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일시휴직자는 113만명 증가해 3월(126만명)에 이어 두 달 연속 100만명 이상 늘었다. 일시휴직자란 취업 상태지만 질병이나 휴가, 사업부진 등으로 실제 일한 시간은 없는 사람이다. 무급휴직자 등이 포함돼 있어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계층이기도 하다.

업종별로 보면 숙박 및 음식점업이 21만2000명(9.2%), 교육서비스업 13만명(6.9%) 각각 급감했다. 두 업종 모두 산업분류 개편이 있었던 2014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서비스가 주춤하면서 관련 업종 고용도 타격을 받은 셈이다.

3월까지는 서비스업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던 고용 한파가 주력산업으로 옮겨가는 모습도 보였다. 제조업 취업자는 4만4000명 줄면서 전월보다 감소폭이 2만명 가량 늘었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전 산업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이 있다”며 “제조업은 석유류나 화장품류의 판매 부진으로 안 좋게 나타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활동인구는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00년 6월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는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통계청 제공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취약계층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은 국장은 “취업자가 청년층에서 많이 감소하고 여성이 조금 더 감소했으며 임시·일용직이 타격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먼저 세대별로는 청년층 피해가 컸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0%포인트 감소한 40.9%를 기록했다. 고용률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지만 청년층에서 감소 폭이 제일 컸다. 청년층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6.6%로 관련 지표를 작성한 2015년 이후 4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에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실업상태에 있던 사람들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아예 비경제활동인구로 대거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은 국장은 “기업이 채용을 연기하면서 구직활동이 곤란했던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성별로는 여성 고용률이 더 크게 하락했다. 남성 고용률은 1.3%포인트 하락한 69.3%, 여성 고용률은 1.6%포인트 하락한 49.8%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가사 상태에 있다고 응답한 인구가 22만4000명 급증한 604만명으로 지난 2011년 9월(25만1000명)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청년층과 마찬가지로 여성 노동자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임시·일용직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임시근로자는 58만7000명(12.0%) 감소해 1990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일용근로자 역시 19만5000명(13.7%) 감소하며 지난 2016년 5월(27만1000명) 이래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용감소의 상당수가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위치한 임시일용직, 자영업자로 이들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점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며 “정부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10조원 고용대책을 포함한 245조원 규모의 코로나 대책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