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영은 기자
2015.10.25 18:52:09
2차 이산상봉 둘째날 ''단체상봉''으로 행사 마무리…내일 작별상봉
남북 가족들, 아쉬운 마음에 마주잡은 손·서로 다과 먹여주며 애틋한 분위기 연출
일부 북측 가족 ''외부 시선'' 의식한 듯 체제 선전에 열 올리기도
[금강산=공동취재단·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통일될 때까지 살아라”(오빠) “욕심이지 뭐”(동생) “사는 게 제일 우선이다”(오빠)
진성겸(81·남측) 할아버지와 진순옥(77·북측) 할머니는 25일 단체상봉이 열린 금강산호텔에서 만나자마자부터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눈매가 닮은 오누이는 두손을 마주 잡고는 ‘살아야 한다’며, 그래서 ‘꼭 다시 만나야 한다’며 아쉬운 마음을 다잡았다.
60여년 만에 만난 가족들은 비록 10시간 남짓을 함께 보냈지만 마치 어제 헤어졌다 만난 듯 다정한 모습이었다.
1950년 6.25가 터지면서 생이별했던 노부부 전규명(86·남측) 할아버지와 한음전(87·북측) 할머니는 새신랑 새색시 시절로 돌아간 듯 떨어질 줄 몰랐다. 전 할아버지가 떨리는 손으로 과자 포장을 벗겨 한 할머니에게 건네자 할머니는 다시 과자를 반을 잘라 할아버지 입에 넣어주며 남다른 ‘금실’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이자 총 6번의 만남 중 5번째 상봉인 단체상봉. 가족들은 어느 때보다 더욱 가까이 붙어앉아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이어갔다. 점심식사 시간만 해도 노래를 부르고 큰소리로 웃는 가족들이 많이 눈에 띄었지만, 불과 두 시간이 지난 단체상봉에서는 훌쩍 다가온 헤어짐의 시간을 직감한 듯 눈물을 보이는 가족들도 여럿이었다.
24일 첫번째 단체상봉이나 점심식사 시간에는 ‘위대한 수령님의 덕분’, ‘당의 은혜’를 소리 높여 외치거나, 북측의 무상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자랑하는 체제 선전 발언이 가족 상봉의 감동을 다소 방해했으나 마지막 단체상봉에서는 이마저도 잦아들었다.
어머니와 함께 북측의 오빠 정건목(64)씨를 만나러 온 정정매(66)씨는 모자(母子)의 다정한 모습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애꿎은 천정만 쳐다볼 뿐이었다. 정매씨는 “오늘이 지나고 내일 아침에 또 헤어질 생각을 하니 벌써 걱정이 태산같다”며 깊은 연거푸 한숨을 내뱉었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볼 수 없는 그리운 얼굴을 담아두려는 듯 가족들은 사진 찍기에도 열심이었다. 대한적집자사측의 자원봉사자들이 찍어주는 폴라로이드(즉석사진) 사진을 몇장씩 찍는가 하면 남측에서 가져온 캠코더로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가족들의 웃고 있는 얼굴 표정 한편에는 아쉬운 마음이 그림자처럼 스치는 듯 했다.
가족들은 이날 총 3차례에 걸쳐 6시간 동안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오전 9시부터 가족별로 따로 마련된 방에서 진행된 개별상봉에서는 서로 준비해 온 선물을 전하고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진 점심식사에서는 북측에서 준비한 음식을 서로 먹여주며, 간단히 술잔을 기울이며 노래를 부르는 등 흥취를 돋우기도 했다. 개별상봉 이후 가족들은 한층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면서 세월의 거리를 확실히 좁혀갔다.
오후 4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단체상봉을 끝으로 가족들은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25일 오전 9시30(북측시간 9시)부터 진행될 예정인 ‘작별상봉’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맞댈 수 있는 기회다. 지난 19차 이산상봉행사까지는 작별상봉이 1시간이었으나, 가족들의 만남의 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우리측 취지를 북측에서 받아들여 이번에는 다른 상봉과 마찬가지로 2시간으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