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재건축 先이주하면 사업인가 취소

by박종오 기자
2014.08.05 14:52:28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서울시가 아파트 재건축 사업 기간을 줄이려 인·허가를 받기도 전에 재건축 조합원들이 집부터 비우는 이른바 ‘선(先)이주’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규정을 어긴 사업장은 사업 승인을 취소하는 등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이런 내용의 ‘공동주택 재건축 선이주 관련 행정지도 통보’ 공문을 강남·서초·송파구 등 시내 25개 구청과 시 산하 SH공사에 보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서울시는 공문을 통해 각 구청이 관내 재개발·재건축사업장의 이주 대책 및 선이주 추진 여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통상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주민 이주는 구청이 관리처분계획(조합원 재산가액과 추가분담금을 확정하는 절차)을 인가한 이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시도 지난해 2월 조례를 개정해 각 조합이 애초 재건축사업 계획을 짤 때부터 관리처분인가 이후를 기준으로 한 구체적인 이주 계획안을 담도록 못박은 바 있다.



서울시는 관리처분인가 전에 이뤄지는 선이주가 인근 전·월세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사업이 지연될 경우 미리 써버린 이주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불필요한 분쟁을 낳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선이주를 실시하는 사업장은 재건축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취소하고, 조합장과 조합 임원을 교체하는 등 행정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서울 전역의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서 선이주를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해 진 것이다.

이번 조치는 강남구 개포동의 대형 재건축 단지인 개포시영 아파트가 ‘깜깜이 선이주’를 추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아파트 조합은 관리처분인가 신청 1~2개월 전인 오는 11월 열리는 조합원 총회를 거쳐 기존 전·월세 계약 기간이 끝나는 집부터 순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겠다는 계획안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주변 지역의 저가 주택 전세난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현재 개포지구에서는 총 1970가구가 살고 있는 시영아파트뿐 아니라 주공2단지(1400가구)와 주공3단지(1160가구) 등도 줄줄이 이주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규정에 어긋난 이주 행태를 보다 철저히 관리·감독해 사회적 혼란을 줄이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공동주택 재건축 선 이주 관련 행정지도 통보’ 공문 (자료=서울시)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시행규칙에 담긴 주민이주대책 양식 (자료=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