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서도 수출 증가세 지속…美관세 불안도 고조(종합)

by김형욱 기자
2025.04.11 10:55:22

1~10일 수출액 186억달러…13.7%↑
반도체 32.0%↑선박 694%↑ 호조
조업일수 고려하면 0.2% 증가 그쳐
車·철강 부진…대미수출도 감소 전환

[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기자] 우리나라가 4월 들어서도 수출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력 여파도 본격화하며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관세청은 4월1~10일 수출액이 186억달러(약 27조원·통관기준 잠정)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미국발 관세 전쟁 여파에도 선방한 모습이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액(34억달러)이 전년대비 32.0% 늘며 전체 실적을 주도했다. 선박 수출액(6억달러)도 전년대비 무려 694% 늘며 힘을 보탰다. 이달 미국 관세 압력이 본격화했음에도 2월 이후 이어져 온 전년대비 수출 증가 흐름이 3개월 연속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앞으로의 실적을 낙관하기 어렵다. 일단 열흘간의 단기 수치인 만큼 조업일수 증가 영향이 컸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8.5일(토=0.5일)로 지난해 7.5일 대비 하루 늘었고 수출이 13.3%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만들었다. 그 영향을 뺀 일평균 수출액은 0.2% 소폭 증가에 그쳤다.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한 승용차(18억달러)와 철강(13억달러) 수출은 각각 전년대비 11.9%, 4.2% 늘었지만 일평균 환산 땐 감소다. 중국발 공급 과잉 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제품 수출액(13억달러)은 이 기간에도 전년대비 3.9% 줄었다.

반도체 수요산업인 정보통신기기(ICT) 수출 감소도 불안감을 키운다. 무선통신기기 수출(5억달러·9.3%↑) 역시 실질적으론 전년대비 감소했고, 컴퓨터주변기기(2억달러·14.1%↓)와 가전제품(2억달러·22.4%↓) 수출은 큰 폭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이날 7월까지 시행을 3개월 유예한 70여개국에 대한 상호관세 조치와 관련해 “(국가별 무역 협상이) 양측 모두에게 좋은 결과여야 할 것”며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사진=로이터)
국가별로도 대중국 수출(35억달러·8.8%↑)은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관세 장벽이 높아진 대미국 수출(35억달러·0.6%↓)은 감소 전환했다. 대유럽연합(22억달러·30.6%↑)과 대베트남(17억달러·14.3%↑) 실적이 늘었으나 우리 양대 수출 대상국의 관세 전쟁 여파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은 25%로 예고한 대한국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7월 이후로 3개월 유예했지만, 이달 5일(현지시간)부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로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미·중 양국이 서로에게 100%를 넘나드는 고율 관세 부과를 시작한 것도 우리 수출산업에 직·간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형 국무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대미 협상 준비에 착수했다. 또 글로벌 관세전쟁에 대비해 피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계획을 마련해 놨다. 그러나 어쨌든 현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전문가의 대체적 전망이다.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는 3월에 이어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발 관세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는 중”이라며 “수출업계는 미국 관세 조치 여파를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고 그 영향이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기간 수입액은 197억달러로 전년대비 6.5% 늘었다. 원유 수입액 증가(27억달러·10.2%↑)와 함께 반도체도 수출 증가에 따라 수입액(24억달러·15.5%↑)이 늘었다. 그러나 수출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으론 감소 흐름이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1억달러 적자였다. 다만, 통상 수입액 집계는 월초에 몰리는 만큼 월초 11억달러 수준의 적자는 월말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