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피해 성능 낮춘 中 AI칩 TSMC에 생산 요청

by조윤정 기자
2024.06.05 14:41:11

中 AI 기업들, 美 규제로 첨단 칩 생산 어려워
미국 제재 피하려 기능 축소한 AI칩 설계
"中, 첨단 칩 생산 제한적…TSMC에 의존"

[이데일리 조윤정 인턴 기자] 중국의 대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 제재를 피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생산을 맡기기 위해 설계를 하향 조정했다.

행인이 TSMC 로고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AFP)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대표 AI 반도체 기업인 ‘메타엑스’와 ‘엔플레임’이 미국의 제재를 피해 작년 말 최신 AI 칩보다 기능이 축소된 반도체 설계를 TSMC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메타엑스는 AI칩 최강자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견줄 수 있는 고성능 칩으로 마케팅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 속에 최신 GPU인 C500 생산에 어려움을 겪어 올 초 모든 재고를 소진했다. 메타엑스는 이후 미국 통제에 걸리지 않는 성능을 낮춘 C280을 새로 개발했다.

앞서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은 작년 10월 중국의 첨단산업 분야의 혁신을 제한하기 위해 엔비디아를 포함한 반도체 회사의 고성능 AI 칩 수출을 제한했다. 해당 제제는 미국 내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이 보유한 기술을 사용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작년 10월에 시행된 최신 미국 수출 통제는 중국의 첨단 칩 생산 능력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중국 AI 칩 설계 회사들이 TSMC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엔 44개의 파운드리 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파운드리 업체 1위인 SMIC만 첨단 GPU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SMIC가 생산한 반도체는 지금까지 화웨이에만 공급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화웨이는 2020년 미국 제재로 해외 파운드리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SMIC를 통해서만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국가 권력을 이용해 중국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후 반도체 분야에 국가적 지원과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로 약 64조원대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미국 반도체 회사 AMD 간부 출신들이 2020년 창업한 메타엑스는 지난달 정부에게 고성능 AI 훈련 칩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을 지원받아 중국 전역에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 등이 지원하고 있는 엔플레임은 자사의 칩을 중국 국영 기업에 판매하고 여러 지방 정부와 프로젝트에 협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