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로 끌고가 유사강간…대법 "성폭력·주거침입 따로 처벌해야"

by이성웅 기자
2021.08.31 12:07:48

육군 일병, 화장실에 부축해준 피해자 끌고 가 유사강간 시도
원심, 주거침임 유사강간죄로 처벌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피해자를 타인의 주거지 등으로 강제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주거침입 유사강간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주거침임죄를 저지르기 전부터 성범죄가 시작됐다고 봐야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성폭력처벌 특례법 위반(주거침입유사강간) 및 강제추행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고모 일병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고등군서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고 일병은 지난 2019년 12월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 A씨의 부축을 받아 남자화장실로 이동했다. 고 일병은 남자화장실 앞에서 A씨를 여자화장실로 끌고 가 유사강간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 재판부는 주거침입 유사강간 등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형량을 높여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거침입 유사강간죄를 적용해 하나의 형을 선고할 것이 아니라 주거침입죄와 유사강간죄에 대해 각각의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거침입 유사강간죄를 적용하려면 주거침임 후 성폭력 행위가 있어야 하지만 고 일병은 이미 주거침입 전 성범죄를 저지를 의지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여자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유사강간죄의 실행행위를 착소했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경합범으로 처벌해 하나의 형을 선고했으므로 원심 판결을 전부 파기될 수 밖에 없다”며 파기환송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