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 실패에 美·中·日 차분 대응…출구전략 모색 움직임도(종합)

by김형욱 기자
2017.04.16 16:59:58

트럼프·아베 휴양지·자택서 보고 받은 후 ‘무대응’
美·中 양국 北 문제 합의점…中 대북 경제제재 강화
北도 강경 대응과 함께 美 직접 대화 창구 마련 모색

지난 15일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아 펼쳐진 열병식 모습.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은 김일성 생일 105주년 하루 뒤인 1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에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발사 자체가 실패한데다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대치해 오던 미·중 양국이 접점을 찾았다는 점도 북한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모양새다. 군사적 긴장 관계에서 벗어나 대화를 시작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 플로리다 주(州) 팜비치의 별장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휴식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발사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무력을 포함한 강경 대응을 천명한 이전 도발 때와 대조된다.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도 중국 외교 루트를 통해 북한에 항의했으나 총리 관저 대신 도쿄 시부야 사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는 데 그쳤다.

미사일 발사 자체가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주변국의 압박에 아랑곳않고 실험을 강행한 것 자체는 문제이지만 이를 굳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전략인 셈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북 미사일 발사 시도의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힘을 과시하려는 노력에 김이 빠지는 것은 물론 근본적 기술력에 의문도 나온다”고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나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언론은 다만 이번 실패가 차세대 대륙 간 탄도미사일(ISBM) 같은 신무기 개량을 위한 ‘발전적 실험’일 수 있다며 경계감을 유지했다.



이번 미사일 도발 실패와 별개로 당사국 간 대화 무드도 조성되고 있다. 일 닛케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초 첫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12일 전화 통화를 통해 대북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았다”며 “당사국 간 긴장 완화 모색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실제 미국이 지금껏 요구해 온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최근 북한산 석탄을 반송한 데 이어 16일 북한 관광을 사실상 규제했다. 17일부터는 중국항공(에어 차이나)이 주 3회 운항하던 베이징~평양 노선 일시 중단한다.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 중단을 뺀 모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듯 공약으로 내세우며 비판해 오던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16일 북 미사일 발사 실패 이후에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전화 통화를 하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신화통신이 이날 전했다. 대북 문제에 대해 양국 간 교류가 긴밀해졌다는 방증이다.

북한 내부의 변화도 관심을 끈다. 지난 11일 평양 최고인민회의에서 20년 만에 외교위원회를 부활시킨 게 그 근거다. 리수용 위원장을 필두로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대미교섭 경험이 풍부한 김계관 제1외무차관 등이 위원회를 주도한다. 북한은 그러나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퍼레이드에서 “미국이 무모한 도발을 하면 즉시 타격할 것”이라며 표면상 긴장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 일 닛케이는 “북한의 최대 외교 목표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라며 “긴장감을 유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대화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긴장감 고조 속에서도 미국이 공습한 시리아와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선제타격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리라 분석했다. 미국이 1953년 국제연합(유엔)의 휴전 협정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을 공격하기엔 명분이 약한데다 상호방위 조약을 맺은 중국과 전면전 땐 막심한 피해가 불가피한 한국·일본 등 주변 동맹국의 반대, 현실화하고 있는 북핵 위협 등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시민이 지난 15일 서울의 한 지하철 역에서 북한의 김일성 105주년 생일 기념 열병식 보도가 나오는 대형스크린 앞을 지나고 있다. /AFP